[사설] ‘경기도 A+놀이터’, 쥐꼬리 사업 추락…실망 커

2024.11.15 06:00:00 13면

내년도 조성 규모 예산 997개에서 25개로 줄여 편성

경기도가 도내에 3000개를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발표한 ‘경기도 A+놀이터’ 공약사업이 쥐꼬리 사업으로 추락하는 양상이어서 실망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핑계인데, 기획 단계나 공표 단계에서 왜 반영이 안 됐는지, 알고도 과대 선전용으로 써먹은 것인 지도 불분명하다.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정부마저 공약 인플레이션에 미혹돼서는 안 될 일이다.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 아동 관련 정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지난 8월 도는 공공기관 유휴시설이나 작은도서관, 아이사랑놀이터 등 이용 활성화 필요시설 등을 활용해 내년 997개, 오는 2026년 1988개 등 총 3000개 놀이터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세부사업별로는 ‘찾아가는 놀이지도 2812개소’, ‘자유 놀이 돌봄 90개소’, ‘신규 설치 14개소’, ‘기능 보강 84개소’ 등이다. 


‘경기도 A+놀이터’ 사업은 알파세대(2010년생 이후)의 특성에 맞춰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디지털 융합 놀이돌봄 콘텐츠를 갖춘 실내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1곳당 최대 4억 원을 지원해 디지털 콘텐츠와 전통적인 놀이를 융합한 돌봄 공간을 마련하고 이용자인 부모와 아이의 선택권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맘대로 에이플(A+, AI play) 놀이터 조성 사업’의 내년도 조성 규모 예산을 기존 997개에서 25개로 대폭 줄여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성 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자유 놀이 돌봄’, ‘찾아가는 놀이지도’ 등 2개 분야에 대한 예산 편성이 불발되면서 사업 규모도 줄어들었다. 해당 2개 분야는 도내 작은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기관을 선정해 전문 놀이지도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돌봄 활동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사업 참여 기관 수가 늘어나면 이를 에이플 놀이터 조성으로 인정해 시설 개수를 채운다는 것이 도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신규 사업인 데다가 예상 인건비 소요가 크고 사업 특성상 유지만으로도 비용 규모가 증가하는 경직성 경비 우려가 있어서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다. 결국 기존 3000개소 조성 계획 중 2902개소가 무산된 것이다. 도는 사업 규모는 축소됐으나 기존 계획됐던 에이플 놀이터 신규 설치 및 기능 보강 사업은 내년도 예산 15억 원을 투입해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이사랑 놀이터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에이플 놀이터 외 실내 놀이시설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에이플 놀이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 약 7000개소 있는데 모든 곳에 신규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에이플 놀이터 외에도 실내 시설로 올해 8억 원을 투입해 아이사랑 놀이터 설치 공사 5곳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도 사업으로는 올해 사업 신청을 받은 34개소 중 5곳을 신규 에이플 놀이터로 설치하고 20곳을 기능 보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가행정이나 지자체 행정이나 행정기관이 정책을 입안하고 발표를 할 때 실천 가능성 검토는 소홀히 한 채 뭔가 빅 뉴스를 만들어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심사가 작동하는 고질병은 큰 문제다. 태산이 울고서 쥐 한 마리가 나오는(泰山鳴動鼠一匹) 식의 정치 행정은 불신을 일으키는 지름길이다. 도민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던져 놓고 뒤늦게 그저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고 넘어가는 형식의 행정은 지양돼야 한다.


지금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저출산 풍조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에 기인하는 지방소멸, 국가소멸 위기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시점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와 연관된 정책은 주권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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