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등으로 시절이 뒤숭숭하다. 추운 겨울 시민들을 거리로 내모는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이 지속됐고, 정치권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비극적 정치구조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차가운 거리에서 온 몸으로 지켜내야 하는 '지금'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시위=축제'라는 새로운 거리 문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악화가 구축하는 양화라고 위로하기에는 가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씁쓸함이 너무 쓸쓸하다. 12월 3일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시민들의 세포에 잠자고 있던 '공포의 트라우마'를 깨워 악몽의 몇 날은 지세우게 했다. 사라질 것이고 사라져야하는 '폭력에 대한 내 안의 검은 공포를 치유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상실감으로 가득찬 나를 치유하는 여행의 적소는 용인특례시다. 이 겨울 용인의 어떤 곳이 나를 치유할까, 슬쩍 알아본다.
◇한국민속촌
너무 유명해서 소개하기가 저어한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통문화 테마파크다.
1974년 건립 초기부터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를 염두에 둔 최고의 전통문화 테마의 종합관광지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많은 역사 드라마에 단골 배경으로 등장해 식상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안다고 생각하는 곳이 오히려 생소하다'는 정신으로 찾아가자.
한국민속촌의 조선시대 마을은 각 지방에서 이건 및 복원한 실물 가옥으로 이뤄졌으며, 철저한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사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야외에서 만나는 체험형 전시와 전통 방식을 계승한 생활공예, 절기별 세시풍속을 행하며 잊혀 가는 전통문화 유산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절기에는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눈썰매장은 12월 20일 개장한다.
◇보정동 카페거리
기흥구 보정동에 자리 잡고 있다. 사각형 형태의 주택가 골목을 따라 예쁜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골목에 외국의 자그마한 어느 마을에 온 듯 매우 독특하고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색 있는 인테리어에 밝고 선명한 색의 벽과 창문에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려놓은 장식도 다양하다. 이 거리에서 오래된 북 카페 ‘에코의 서재’를 비롯해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옷가게 등 작지만 독창적인 분위기의 카페들이 있으며, 12월엔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기흥호수공원
10여㎞에 이르는 호수공원 둘레길을 걷다 보면 시간과 방향, 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광이 연출되며, 조정 경기장 방면에서 바라보는 넓은 풍경도 좋지만 수문 방향이나 반대편에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도 매력적이며, 밤에는 저수지 위에 조성된 산책로 조명이 환상적이다.
◇데일리아트스토리 & 마인드유어컬러
데일리아트스토리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보유한 용인의 대형카페다. 오래된 섬유 공장을 재생해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곳이며, 종합예술관으로 인기가 높다. 건물 외관부터 내부 전시까지 모든 부분에서 색채를 통한 상호작용을 중요시 했으며 시간과 색을 주제로 현실과 가상 세계가 만나는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마인드유어컬러는 데일리아트스토리 내에 위치한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 및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손골성지 & 심곡서원
손골성지는 외국인 선교자가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장소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었으며,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자들이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장소였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도리 헨리꼬 성인과 오메트로 베드로 성인을 기념하고 있다.
심곡서원은 정암 조광조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했다.
강당이 전면에 위치하고 사우가 뒤쪽에 배치된 조선시대 서원의 전형적인 전학후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1871년 서원 철폐령시 조광조를 모신 서원 중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현재까지 존속 되고 있은 곳이다.
◇마가미술관
2024년 리뉴얼 된 마가미술관은 문갤러리, 아카이브, 실버스크린 각각의 테마가 있는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문갤러리는 아름다운 야외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에 현대적인 판화와 타피스트리가 전시된 자연 속의 뮤지엄이며, 아카이브는 평화로운 숲속 도서관을 모티브로 디자인 된 곳에서 30년 동안 수집된 아트북, 한정판 책과 함께 영감을 주는 독서와 고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와우정사 & 법륜사
와우정사는 연화산의 48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위치한 사찰로 1970년 해월삼장법사가 민족화합을 이루기 위해 세웠다. 여러 불상 중 누워 있는 부처상인 와불과 초대형 규모의 불두로 유명하며, 세계 최대이자 유일한 석가모니 불고 행상도 와우정사의 자랑이다.
법륜사는 관세음보살의 현몽으로 창건한 관음성지 발원기도 도량으로 비구니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이자 경기도 전통사찰로 지정됐다. 1996년 서울 삼각산 승가사 주지로 있던 비구니 상륜스님이 새벽 입선 정진 중 관세음보살을 현몽하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5년 용인시 문수산 자락에 법륜사를 창건했다. 대웅전 본존불은 석굴암 부처의 세 배에 달하는 53t의 석가모니불로 좌우에는 33t 규모의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상을 모시고 있는데 모두 석조로 조성해 그 규모와 예술성이 뛰어나다.
체험형과 당일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은이성지 & 골배마실성지
은이성지는 소년 김대건이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성소의 요람이다.
한국인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지이며 순교하기 전 공식적인 마지막 미사를 드린 곳이다.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았던 상해 김가항 성당을 2016년 은이성지에 복원 건립해 향토유적 제71호로 지정됐다.
골배마실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사제가 되기 위해 마카오로 떠나기 전까지 유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김대건 신부의 부친 김재준 이냐시오 성인이 관헌에게 체포됐던 곳이며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어머니에게 마지막 하직 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호암미술관 &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 4월 22일에 개관한 사립미술관이다. 1997년 개원한 전통정원 희원과 조화를 이루어 전시뿐만 아니라 전통 조경의 멋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25년 1월 19일까지 '니콜라스파티더스트 전'을 개최한다.
모빌리티뮤지엄은 재미있는 모빌리티 어트랙션을 체험하고 공간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클래식카를 감상하며 푸르른 자연 속 여유로운 휴식도 함께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자작나무숲
2024년 신규 개장해 자작나무숲을 컨셉으로 공원과 산책로 조성뿐만 아니라 온실 화원,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있으며 자작나무숲 내부에 위치한 카페 베툴라는 SNS에서 사진찍기 좋은 카페로 이름을 알려 방문객이 많다.
2025년 3월 31일까지 겨울시즌 무료입장 기간이며 레스토랑과 펜션을 운영한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