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에 공짜는 없다

2024.12.30 06:00:00 9면

 

 

한 시의원이 필자에게 물었다. 김포시의회 본회의장에서다.

 

“우리보다 당신이 더 유명한데 그건 당신이 우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겠죠?”

 

필자가 유명하다니 왜일까? 일부 시의원들 덕분이다. 필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글로 써서 널리 알려주신 분들이 되려 필자에게 ‘왜 그리 유명하냐’고 물은 것이다. 하루는 출근했더니 또 야당 성명서가 나왔고 거기에 필자의 이름이 수도 없이 거론되었다 한다.

 

필자는 일하는 사람이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조용히 본업에 집중하고 싶다. 시의회가 마비되었으니 집행부라도 일을 해야 김포시가 굴러갈 것 아닌가.

 

필자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신 분들이 25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홍보예산을 0원으로 삭감하는 안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 필자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홍보예산에 필자의 이름을 붙여 ‘이화미예산’이라 칭했나 보다. 51만 대도시 홍보예산에 평범한 필자의 이름이 붙다니 가당치 않다. 전직 홍보기획자인 필자의 견해로 영광스러운 노이즈 마케팅이다. 이 끈기와 에너지가 김포시민을 위해 쓰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제시한 것 같다. ‘시정 농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는데 세금으로 월급 받는 분들이 일 안하고 월급 받으면서 할 말은 아니다. 이로 인한 세금 낭비에 집행부 대혼란 야기, 무엇보다 25년 김포시 살림은 전략과 방향을 상실했다. 이것이 ‘시정농단’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분의 말은 백마디도 소용없다. 시민들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니 주민소환까지 가지 않았겠는가. 우선순위를 따져보자. 선출직으로서 도리를 깨우치고 각자의 위치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 공직자 한 명 해임되는 일보다 우선이다.

 

그들이 말하는 ‘이화미예산’ 27억여 원은 기본적인 행정운영과 관리예산, 시정매체 운영비, 소정의 광고예산, 공무직 인건비이다. 즉 시의 기초대사 에너지다. 없으면 각 부서의 업무, 시민, 언론, 업체에 타격을 주는. 집행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예산이 아니다. 그런 예산을 필자가 문제라며 감정만 앞세워 삭감안을 올렸다.

 

‘공직자 한 명 때문에 기분이 나빠’ 시민들의 기본알권리 일체를 빼앗겠다는 것은 예산의결권의 남용이다. 감정문제는 개인적으로 만나 성숙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졸지에 김포시 25년 본예산은 유치한 장난이 되어버렸다는 여론이다. 부끄럽다.

 

김포시 홍보담당관실은 시 재정이 어려워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고 있는데 마치 그 ‘최대의 효과’가 예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시정홍보가 최대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불만인 건 아닐까?

 

팩트만 나열해 본다. 홍보담당관실은 최근 애기봉을 예산 한 푼 안들이고 노력과 열정만으로 국제적 반열에 올렸다. 글로벌 브랜드파워를 이용해 애기봉을 글로벌 명소로 가꾸고자 했던 민선 8기의 아이템이 통했고 이를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외신에 알렸다. 좋은 축제를 기획한 부서를 도와 지역 축제를 10만 축제로 이끌었다.

 

책자 형식으로 바꾼 시정소식지 ‘김포마루’는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올해는 예산상 열 두 달 중 넉 달은 인쇄도 못했다. 그럼에도 잘 만들어내 대외적 인정을 받아 권위적인 상을 2개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추경으로 진행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삽시간에 2만 5000건이 소진되고 시민들은 여전히 추가 배포를 기다리고 있다. 기발한 굿즈는 만드는 대로 히트를 치고 있다. 이러니 인근 지자체까지 소문이 파다한 것 아니겠는가. 이만 줄이겠다. 이쯤해도 ‘농단’이라는 말이 충분히 무색할테니.

 

아울러 시의 홍보부서는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틀린 정보를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다. 틀린 정보를 바로잡는 일이 비난받을 일은 아닐 터, 이를 두고 비난한다면 그 ‘틀린 정보’와 연관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2025년에는 김포시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고민하며 연말을 보내고 있다. 홍보예산이 ‘0원’인 상황까지 경우의 수에 넣고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는 김포시가 잘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반시민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김포시의회도 시청과 힘을 합쳐 ‘2025 원팀김포’의 구성원이 되어주면 바랄 것이 없겠다.

 

한 마디 덧붙이면 홍보 효과는 예산과 비례한다. 그동안 예산과 무관하게 성과를 냈지만 장기적으로는 51만 대도시에 걸맞는 홍보예산이 필요하다. 필자는 자신있다. 홍보예산의 현실화는 김포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현상유지조차도 불안한 현실이 안타깝다. 안정적으로 일에 집중하고 싶은 건 필자뿐 아니라 김포시청 2000여 공직자의 염원이다. 어느덧 평범한 것이 염원이 되어 버렸다.

 

시민과의 소통 예산이 공(0)자일 수 없듯이 모든 소통에 공짜는 없다. 노력과 의지도 소통의 노임이다. 힘들더라도 마주 앉아 토론으로 머리를 맞대지 않고 파행하는 것은 시민들이 보기에 공짜 심보다.

이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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