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도 강 건너 불구경’…자정 능력 잃은 경기도의회 윤리특위

2025.01.15 06:00:00 1면

갑질 사실상 인정한 오석규 막지 못한 것은 윤리특위 탓?
‘제 식구 감싸기, 처벌도 솜방망이’…제기능 못해 무용론도
도의회 관계자도 답답…“도의원이 내부 자정 노력할 수밖에”


오석규(민주‧의정부4) 경기도의원이 경기도의회와 지역구에서 갑질을 해왔다고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도의회 차원에서 갑질 방지를 위한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의회는 소속 의원의 자격 심사, 감독,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정 역할을 하는 해당 위원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 의원이 도의회‧지역구 관계자들에게 고압적 자세를 취하며 비상식적 발언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우월적 지위에 따른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관련기사 : 경기신문 2025.01.14 [단독] 오석규 경기도의원, 도의회 갑질 이어 지역구에서도 갑질?)

 

도의원은 경기도‧경기도교육청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정책‧예산 심의, 감사 등을 처리한다.

 

지역구 기관으로서는 자신들의 상위기관으로부터 정책협조, 예산지원 등을 위해 도의원에게 협조를 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의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다.

 

도의원 업무를 보좌하는 정책지원관의 경우 임기제 공무원의 특성상 재계약을 위해 업무평가를 좋게 받아야 하는데 도의원은 평가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오 의원은 이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도의회‧지역구 관계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도의회 한 정책지원관은 오 의원의 과도한 업무지시, 인격모독성 막말, 교묘한 정서적 괴롭힘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사직했다.

 

(관련기사 : 경기신문 2025.01.13. [단독] 오석규 경기도의원, 공무원 상대로 ‘상습 갑질’ 의혹)
 

지역구에서는 한 근린공원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시장을 휴일에 불러내 꾸짖었고 담당 공무원에게는 ‘내가 가져온 예산이니 내 돈’이라는 발언도 이어갔다.

 

아울러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걸어 직원들의 의식‧관심 부족을 따져 물으며 도교육청에 이를 알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오 의원의 발언은 지역에서 회자되며 갑질 구설에 올랐고 소문이 일파만파 되자 오 의원은 각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도의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해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윤리 규범을 벗어난 도의원을 심사하는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그동안 윤리특위에서 진행된 도의원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으로 끝나다 보니 공무원 등이 부당한 일을 겪어도 신고조차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 도의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도의회 윤리특위는 지난해 4월 접수된 2명의 도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 중 1명에 대해서는 심의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

 

해당 도의원은 지방의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지난해 초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는데 윤리특위는 ‘오랜 조사 필요’를 이유로 심사를 연기했고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도의원의 윤리규범을 벗어난 행동을 감시하고 징계를 통해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하는 윤리특위가 제 식구 감싸기에 골몰하며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의원들이 문제가 되는 행위를 한다고 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결국 선출직 의원들이 내부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

나규항 기자 epahs2288@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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