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시공 後 인상' 관행...쌓이는 재건축 ‘공사비’

2025.02.05 08:14:46 1면

시공사, 낮은 공사비로 사업 수주
단계적 ‘공사비 인상’에 갈등 확산
검증 신청 ‘급증’… 실효성 논란도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들이 사업 수주 당시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공사비를 또다시 인상했다. 조합은 지난달 14일 임시총회를 열고 3.3㎡당 공사비를 기존 811만 5000원에서 847만 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시공사 선정 이후 벌써 세 번째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만 588억 원에 달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액이 4000만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잠실진주아파트는 2018년 8월 시공사와 최초 계약 당시 3.3㎡당 공사비를 51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후 2021년 12월 666만 원, 2023년 7월 811만 50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847만 원으로 올랐다. 시공사인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조경 및 커뮤니티 특화 비용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고, 조합은 이를 수용했다. 최초 계약 대비 공사비가 66% 증가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를 재건축하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역시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에 약 10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사비 인상 요구는 다른 현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남 김해의 ‘김해율하 더스카이시티 제니스&프라우’ 현장에서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공사비 증액을 반영한 관리처분 변경 안건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정 지연 시 입주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시하지 않고, 사업 진행 중 단계적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관행이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로 인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 갈등은 신규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는 두산건설이 3.3㎡당 635만 원의 공사비를 제시해 시공권을 따냈다. 이는 기존 시공사였던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제시한 659만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유사한 사업 경험을 통해 최적의 공사비를 산출했다”며 “조합 이익을 우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사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성남도 상급지로 분류되는데 600만 원대 공사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추후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면서 공사비 검증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도입된 공사비 검증 제도를 통해 지난해 36건의 검증이 완료됐다.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로, 2019년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현행법상 공사비가 10% 이상 증가하거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면 공사비 적정성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검증 절차가 길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의 ‘저가 수주 후 인상’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고, 이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인상 요구를 반복하는 구조가 문제”라며 “사업 초기부터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시하고, 이후 추가 인상 없이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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