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을 10%포인트(p) 낮추고 소득 등 세입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한도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전세대출 보증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차주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을 반영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산정하기로 했다.
현재 세입자는 HUG,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 중 한 곳에서 받은 보증을 토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믿고 담보 없이도 전세대출을 내준다.
지금까지 HUG는 세입자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전세대출 보증을 내줬다. 은행들은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보증)을 토대로 담보 없이 전세대출을 시행했고, 대출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HUG는 전부 대신 갚아줬다.
현재 HUG는 임대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4억 원, 지방 3억 2000만 원까지 대출금의 100%를 보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1분기 중으로 현재 100%인 HUG와 서울보증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HF 수준인 90%까지 낮추기로 했다. 수도권은 90%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에 따라 3억 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세입자의 경우 HUG가 대신 갚아줄 수 있는 돈이 2억 4000만 원에서 2억 16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HUG 전세대출 보증도 HF처럼 소득과 기존 대출을 고려해 보증 한도를 조정할 방침이다. 소득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으면 전세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전세대출 보증이 부동산 가격을 전셋값·집값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 수요를 증가시켜 전셋값을 높일 수 있고, 임대인은 갭투자로 주택을 구매하기 더 수월해져 매매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세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셋값은 연간 8.21% 오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양대 보증기관의 지난해 양대 보증기간의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총 85조 5311억 원에 달한다. HF 52조 5914억 원, HUG 32조 9397억 원으로 5년 전인 2019년보다 각각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이 낮거나 거의 없는 사람도 HUG 보증을 활용해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서 이를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이 전세 계약을 맺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유예기간도 충분하게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