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인가 계몽령인가…제106주년 3·1절 두쪽으로 갈라진 민심

2025.03.03 14:09:53 6면

서울 도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
촛불행동 등 단체 및 야5당 의원들 "탄핵 촉구"
전광훈·전한길 및 국민의힘 의원 "탄핵 막아야"

 

제106주년 3·1절인 1일 서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진보단체와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로 양분됐다. 전국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로 집회는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여야 정치권도 합세해 탄핵 찬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 "미래 세대를 위해…대통령 탄핵 촉구한다" 진보단체 집회 이어져

 

이날 촛불행동은 오후 2시쯤부터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등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은 오후 3시 30분쯤부터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열며 이들과 합류했다. 오후 4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 8000명이 참가했다.

 

집회는 3·1절 시국선언으로 시작됐다. 춧불행동 측은 "대통령 파면은 압도적인 국민의 명령이자 내란 종식의 출발점"이라며 "선열들이 지켜보고 있다. 2025년을 역사의 유례 없는 승리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종식, 민주 수호'라는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어올리며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 이하조 씨(68)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악의 대통령이 나온 것은 비극"이라며 "미래를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채 씨(25)는 "최근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오게 됐다"며 "하늘도 슬퍼서 울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내란이 종식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은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포한 3·1절인 만큼 참가자들은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 복장으로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도 했다. 이들은 독립운동에 동참한 선조들과 같은 애국심을 갖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박윤철 씨(53)는 "오늘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선열들께서 피땀 흘려 노력하신 3·1절"이라며 "국민의 주권을 빼앗으려 했던 대통령의 탄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늘 거리에 나온 시민들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집회에 참가한 야권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보수일 수 없다. 수구조차도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어 "계엄 사태가 계속됐다면 연평도 가는 저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며 "다행히 여러분이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내란 세력 책임자들을 진정으로 발본색원하고 처벌해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진정으로 민주적인 정부, 개혁적이고 유능한 정부, 새로운 국민 통합의 길을 여는 정부·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모두 함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뒤이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후 5시쯤부터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제13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메시지가 적힌 대형 태극기 펼처들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대통령 즉각 파면"등 구호를 외치며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했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민주화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헌법정신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한 명백한 헌법파괴"라며 "3·1절을 맞아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시민들과 행진을 이어갔다. 하루 빨리 대통령이 파면되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 "계엄 아닌 계몽령…하루 빨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돼야"

 

 

이날 오후 1시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당의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됐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6만 5000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는 각종 단체들의 시국선언으로 시작됐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은 "정직하고 애국적인 스카이데일리와 같은 매채가 많다. 가짜 뉴스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애국청년연합은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악과 공산주의와 싸우고 부정선거를 밝혀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설파했다.

 

인파는 동화면세점에서 서울시청역 6번출구까지 약 600m에 달하는 거리를 가득 매웠다. 참가자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이들은 양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더불어공산당은 물러나라", "윤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70~80대 고령층 참가자 중에는 해병이나 육군 특수부대 군복을 입고 "중공을 몰아내자"고 성토하기도 했다.

 

 

김의용 씨(82)는 "전 국민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헌법재판소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북한에 복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의 탄핵은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선 20~30대 청년층도 볼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 김동현 씨(20)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몽령'을 선포한 대통령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우리 나라가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하루 빨리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박희성 씨(72)는 "젊은 친구들이 집회에서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기특하다"며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청년들이 앞장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으로 활동 중인 석동현 변호사는 연단에 올라 전날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며 "대통령은 한없는 감사의 표정으로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이 만든 구호라며 "불법 탄핵재판을 주도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을 즉각 처단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해당 집회에 인파가 몰리자 5호선 광화문역 상하선 열차가 오후 2시 46분부터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문자를 통해 "대규모 도심 집회 관련 인파밀집으로 5호선 광화문역 상하선 열차 무정차 통과 중이다"고 안내했다.

 

 

같은 시간 여의대로에서는 기독교 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국가 비상 기도회'가 열렸다. 약 5만 5000명이 참가했으며 김기현·나경원·윤상현·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 36명도 동참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정말 용기 있는 지도자"라며 "대한민국이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으니 계엄·탄핵 사태로 알게 된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강사인 전한길 씨는 무대에 올라 연설에 나섰다. 그는 "우리가 모인 이유는 윤 대통령의 석방과 직무복귀를 바라는 것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직무 복귀 시켜 무너져가는 국가시스템을 정상화하고 다시 한번 제2 건국을, 건국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세이브코리아는 집회 참가자들과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집회가 열린 광화문과 여의도, 안국역 일대에 기동대 97개 부대 6400명, 경찰버스 230대 등 경찰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 주요 도로에 교통 관리도 진행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평의를 거쳐 오는 7일 또는 11일쯤 파면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 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비상행동 측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야간 산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며 탄핵 반대 집회 측은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지속할 방침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 기자 ]

박진석·장진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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