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되기만을 기다렸어요. 야구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거든요"
11일 오전, 2025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린 수원 KT 위즈파크를 찾았다.
북적이던 주말에 비해 당연히 빈 좌석이 많았고, 팬들의 응원도 잔잔했다. 하지만 평일 그것도 낮 시간에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단순히 팬이라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출전 선수들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전력을 분석하는 매서운 눈빛은 야구에 진심이다. 주말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응원과 여가 시간 활용을 위한 것이라면 평일은 오직 야구 경기 자체를 즐기기 위함이다.
지난해 1천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올시즌 시범경기부터 뜨겁다.
지난 주말, 전국 5개 구장에 무려 7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2030 팬덤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야구의 인기가 시범경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직관을 위해 평일에도 친구들과 경기장을 찾은 김지현(25) 씨는 "매년 시범경기부터 다녔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지난 주말 경기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작년 야구 붐이 불면서 입덕한 팬들이 개막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범경기부터 경기장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보다는 한적하지만 경기장 곳곳에서는 새로운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의 설렘이 묻어났다. 모자를 눌러쓰고 팀 응원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시범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경기장 외곽에선 새롭게 출시된 응원용품을 구매하는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의 관심은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새롭게 KT 팬이 됐다는 김모(22) 씨는 "남자친구 따라 직관 몇 번 오다 보니 경기가 너무 재밌고 분위기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팬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KT는 지난해 가을야구를 앞둔 시점에서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 승리,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등 마법같은 승리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KT의 창단 초기부터 응원해 온 곽영욱(35) 씨는 "초창기부터 KT 위즈를 응원해 왔는데, SSG와 한 타이브레이크 이후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시범경기에 팬들이 몰린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선수들의 전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범경기에서 수비력을 제일 먼저 본다는 조모(23) 씨는 "순위 싸움은 아직 중요하지 않다"며 "시범경기에 오는 건 우리 선수들이 어떤 컨디션인지, 새로 보는 선수들이 어떤 기량을 보여주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단순한 이벤트성 열기인지, 정규시즌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의 열정이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기다렸던 야구 시즌,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