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급성심근경색 진단에서 의사의 판단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 차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 연구팀은 메디컬에이아이, 삼성서울병원, 서울순천향병원 연구진과 함께 AI 심전도 분석 프로그램의 급성심근경색 진단 능력을 평가한 다기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AI 분석이 의사의 진단 능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연구는 유럽심장학회 공식 저널 ‘유럽심장저널(IF 38)’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국내 18개 대학병원에서 흉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85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AI 심전도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급성심근경색 여부를 판별한 결과, AI의 진단 정확도가 87.8%로 의사의 판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을 통해 초기 심전도 촬영만으로 21.4% 환자에게서 급성심근경색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AI 심전도 분석과 초기 혈액검사 데이터를 결합할 경우 51.8%의 환자가 신속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순천향병원 응급의학과 이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AI 심전도 분석이 기존 트로포닌 검사 기반의 하트스코어와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혈액검사 없이도 급성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김규석 교수는 “AI 기반 의료 프로그램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기존 연구는 대개 후향적 데이터 분석에 의존해 실제 의료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AI 심전도 분석을 적용해 얻은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메디컬에이아이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AI를 활용한 심전도 분석이 향후 응급실에서 급성심근경색 조기 진단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