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에 기대는 금호건설, 실적 포장 넘어 실력 증명이 필요한 때

2025.07.18 06:00:00 5면

금호건설이 최근 3기 신도시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에서 잇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의왕, 군포, 안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까지 총 1조 6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자사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아테라’의 경쟁력 덕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분명 수주 실적은 기업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를 마냥 박수칠 수만은 없다. 이번 수주는 철저히 ‘공공의 안전망’ 위에서 이뤄진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업 대상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제공하고, 인허가도 공공이 담당한다. 시공사 입장에선 리스크는 낮고 수익은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구조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사비 확보와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곧 공공사업을 실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최근 금호건설은 수원 금호리첸시아 퍼스티지 오피스텔에서 부실시공 논란에 휘말렸다. 입주민들은 누수, 결로, 균열 등 각종 하자를 호소하며 시위와 소송에 나섰다. 지하주차장 누수로 인한 정전, 옥상 조경 설계 문제로 발생한 고층 세대 침수 등, 문제의 양상은 단순한 품질 미흡을 넘어 브랜드 신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재무 건전성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금호건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260%에서 올해 1분기 648.4%로 급등했다. 신용등급은 BBB-에 ‘부정적’ 전망까지 달렸다. 특히 올해는 신용평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어차피 등급 하락이 예상되니 신청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공공사업을 통해 숨통을 트려는 시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책임과 무게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금호건설은 2009년 워크아웃을 경험한 바 있다. 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공공의 울타리 안에서 연명하듯 수주 실적을 내세우는 모습은 시장의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주 실적이 아니라 시공 품질과 재무 건전성의 회복이다. 공공사업은 민간 기업의 위기를 가려주는 방패가 아니다. 금호건설이 정말로 ‘아테라’라는 브랜드에 자부심이 있다면, 이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하자 없는 시공, 투명한 관리, 책임 있는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공을 팔아 위기를 버틴 기업’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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