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7 대출규제, 청년·임대인 피해 해소를

2025.07.22 06:00:00 13면

비아파트 전세 시장 직격탄…전세사고 위험도 가중

정부의 ‘6·27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급속한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비상이다. 청년층 임차인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공실이 늘고, 임대인들은 보증보험 가입 제한으로 전세 공급 자체가 어려워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딱 그 짝이다. 아파트값의 고공행진을 막겠다는 정책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아무리 그래도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의 허점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목표로 시작된 ‘6·27 대출규제’의 여파가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다주택자와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무주택 청년에게 제공되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한도도 기존 2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해당 전세대출이 주로 1~2억 원대 원룸, 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청년층이 집중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대출 한도가 줄자 곧바로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고, 월세 전환이 불가피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빈방이 방치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공급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비아파트(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량은 6만 4648건으로, 전년 대비 15.9% 줄었다. 전국 다가구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 5월까지 1만 6311가구로, 지난해보다 10.4%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2232가구에 그쳐 2년 전(약 8000가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심각한 것은 비아파트 시장의 구조 악화다. 공시가격 대비 시세 격차가 큰 비아파트의 경우 실질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졌다.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은 건물의 경우 세입자가 살고 싶어도 계약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 미비로 인해 현실적으로 선의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보증금 반환 자금줄이 막히면서 전세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월세 전환이 가속되면 청년·서민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6년 단기등록임대제도를 재도입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등록 시 의무사항은 늘었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자금 조달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와 장려가 반복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는 시장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이 일방적으로 통제하면 결국 민간의 공급 여력 자체가 무너질 수 있고 결국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서민을 사지로 내몰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현장에서는 “내 집 담보 대출받아 전셋집 얻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소득이나 집값과 무관하게 수도권 내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 원으로 못 박히면서, 기존의 소득 기반 대출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정부가 정한 ‘6억 원’은 시장의 새로운 법으로 작동한다. 아파트 가격 상승만 바라보면 맞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미칠 파장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시장 불안정을 더욱 부추길 위험성이 시급한 문제다. 돈줄이 막히면 전세사고 등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청년들과 비아파트 임대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섬세한 조치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금 부자들은 투자가치 높은 부동산을 골라잡을 수 있어서 좋고, 무주택 청년들은 ‘내 집 마련’ 꿈은커녕 전셋집 마련마저도 막아버리는 허술한 정책은 정밀한 보완이 시급하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단 말고 빈대를 잡을 방법이 정말 그리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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