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가까이 지났다. 그러나 참변으로 아들·딸과 형제·자매 등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과 경찰 등 공직자들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젊은 소방관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1일자 5면, ‘이태원 참사 출동 소방관, 실종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 20일 낮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서 숨진 30대 초반 소방관을 경찰이 발견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뒤 연락이 끊어졌고,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저의)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당시에도 단순한 충격과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PTSD)라고 할 수 있는 고통,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충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불안장애로 고통을 겪던 또 다른 소방관도 생을 마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고성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이 지난달 29일 도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SNS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소중한 생명이 공공의 책임으로 희생되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들 만큼이나 참사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분투했던 이들의 상처도 국가가 돌보았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경기도 소방대원들의 마음 건강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도 성명을 발표, 참사 희생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헌신했던 모든 구조자들의 심리적·정서적 트라우마를 방치하고 치유와 회복을 도외시했던 지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도 같다.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면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국가적, 집단적 트라우마를 온전히 마주하고 치유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과 심리 지원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난과 대형사고 등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와 유가족, 구조대원과 관계자들을 위해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김 지사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구조대원과 관계자 등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어디 사고와 재난 현장뿐이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공직자들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업무상 우울·적응장애 등) 인정 공무원 수는 274명(2022년 기준)이었다. 이는 업무상 정신질환 전체 요양자 수의 11배였다. 같은 해 업무상 이유에 따른 공무원 자살 순직 신청은 49건이었다. 이 가운데 22건만 순직으로 인정됐다. 심각한 것은 1년 전에 비해 약 2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2021년은 26건(승인 10건)이었다.
지난 6월 16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주최로 열린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공무원, 교원, 소방 등 공무원 민원 응대 대책 마련을 위한 정기적인 실태와 기초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 공무원들이 불안장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일이 일어나자 정부는 이태원 참사 현장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약 33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후속 심리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공직자들의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