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의 감동, 군포에서 다시
2004년 8월 23일, 한국 탁구사에 특별한 장면이 새겨졌다.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전. 한국의 유승민은 파워 넘치는 포어핸드 톱스핀을 앞세워 중국의 왕하오를 제압했다. 서울올림픽 유남규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쾌거였다. 근대올림픽 발상지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21년이 흐른 지금, ‘레전드’ 유승민은 선수로서 베이징 동메달, 런던 은메달을 더했고, IOC 위원과 대한탁구협회장, 그리고 현재 대한체육회장으로 변함없이 한국 스포츠의 전면에서 뛰고 있다. 그의 금메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빛났고, 그 의미는 다시 군포에서 되살아났다.

◇군포에서 열린 첫 전국대회
군포시는 8월 23일부터 이틀간 군포시민체육광장 제1·2체육관에서 ‘제1회 823 유승민배 전국탁구대회’를 개최했다. 시와 시체육회의 후원, 군포시탁구협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유승민 회장의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하는 자리다. 대회명에 ‘AGAIN 0823’을 내건 이유이자, 정확히 21년 뒤인 2025년 8월 23일을 택한 까닭이다.
개회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하은호 군포시장, 이학영 국회 부의장, 김귀근 군포시의장,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서정영 군포시체육회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한탁구협회 현정화 수석부회장, 주세혁 감독, 서효원 국가대표 코치 등 탁구계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축하를 보탰다. 단상에 선 유승민 회장은 “아테네의 금메달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탁구의 즐거움이 군포에서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생활체육의 축제
이번 대회에는 전국 동호인 527명이 참가해 개인 단·복식과 단체전에 나섰다. 오픈 혼성부, 여자부, 지역부 등으로 종별을 세분화해 진행됐으며, 우승자에게는 15만 원 상당의 용품부터 단체전 1위 70만 원까지 다양한 시상이 이뤄졌다. 대회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동호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탁구의 매력을 만끽하는 축제가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2019년부터 운영된 온라인 탁구대회 프로그램 ‘탁구왕’을 접목해 더욱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 됐다. ‘탁구왕’은 대회 요강 작성부터 접수, 조 편성, 예선 경기, 본선 토너먼트, 상장 출력, 승점 관리, 경품 추첨까지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현재 군포시를 비롯해 의왕·안양·안산·광명 등 전국 30여 개 단체, 800여 개 구장과 동호회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국가 공인 심판진이 배정돼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정복을 착용한 심판들이 경기를 주관하며 대회의 위상도 높였다. 방영재 군포시탁구협회장은 “군포화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 이후 현재 군포에는 초·중·고 선수단이 전무하다”며 “앞으로 유소년 육성에 힘쓴다면 전문체육 성과와 생활체육 활성화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개회식 직후 서효원 코치는 동호인들과 즉석 시범경기를 펼쳐 열기를 더했고,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선수와 함께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누렸다.

◇탁구 인재와 뿌리 깊은 연고
군포가 ‘탁구의 도시’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유빈 선수는 화산초 시절부터 탁구 유망주로 성장해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또 다른 간판 양하은 선수 역시 군포중–흥진고를 거쳐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생활체육에서도 군포시탁구협회 주관의 ‘탁구대축제’, 약사회장배 등 다양한 리그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군포에서 열린 것은 유승민 회장과의 깊은 연고 때문이다. 그의 부친은 오랫동안 군포에서 탁구클럽을 운영했고, 유승민 회장도 선수 은퇴 이후 잠시 ‘팀 유승민 탁구클럽’ 운영에 관여하며 군포와 인연을 이어왔다. 군포시탁구협회는 오래 전부터 그의 이름을 딴 대회를 꿈꿔왔고, 마침내 올해 성사됐다.

◇인프라와 정책으로 완성되는 ‘탁구도시’
군포는 인프라에서도 탁구도시로 손색없다. 40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군포시민체육광장 제1·2체육관은 전국 규모 대회 개최가 가능한 시설이다. 여기에 최근 문을 연 당동 국민체육센터는 생활체육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는 탁구교실, 유소년 아카데미 등을 통해 차세대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체육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하은호 시장은 “탁구를 군포의 대표 브랜드 스포츠로 만들겠다”며 지속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군포, 탁구문화도시로
전문가들은 군포의 탁구 경쟁력을 ‘스타·인프라·스토리’라는 세 축으로 평가한다. 신유빈과 양하은 같은 스타, 시민체육광장과 국민체육센터라는 인프라, 그리고 유승민이라는 살아 있는 상징이 그 축이다. 여기에 정례화된 전국대회와 국제 교류대회까지 이어진다면 군포는 명실상부한 한국 탁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탁구의 즐거움이 시민 모두의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유승민 회장의 다짐처럼, 군포는 이제 ‘탁구도시’를 넘어 ‘탁구문화도시’로 향하고 있다.
[ 경기신문 = 박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