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풀려난 이들 대부분이 사기 범죄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피해 건수와 피해액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국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사면을 단행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1일 발표한 자료에서 “특별사면으로 형 집행이 면제된 302명 가운데 68.5%인 207명이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자”라며 “여기에 업무상 배임 2명, 업무상 횡령 29명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부분이 경제사범이었다”고 지적했다. 감형된 56명 중에서도 절반 이상인 33명이 사기 혐의였고, 11명이 횡령 혐의로 확인됐다.
◇ 급증하는 사기범죄… 피해액, 2년 만에 세 배 급등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사기 피해 건수는 ▲2022년 32만 5848건 ▲2023년 34만 7901건 ▲2024년 42만 1421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액은 같은 기간 ▲5479억 원 ▲5882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 6870억 원으로 급등했다. 올해도 상반기(1~6월) 피해액만 1조 312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사건 수 증가’가 아니라 수법의 고도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이스피싱, 주식투자 리딩방, 가짜 대출 중개 등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다중피해사기가 진화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 “사기범 풀어주면 또 다른 피해는 불 보듯 뻔해”
현장의 우려는 크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처럼 서민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범죄는 피해자가 한 번 속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사기 전과자가 사면으로 다시 사회에 돌아온다면 같은 범행이 재발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최근 확산하는 ‘노쇼 사기’는 예약금을 노리고 자취를 감추는 수법인데, 이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소상공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사기 범죄자 사면은 서민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정부, 경제범죄 인식 안이”… 국가적 경각심 절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는 “사기 범죄자들이 금방 풀려나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금융사기와 같은 경제범죄를 단순 범죄로 치부한다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강력한 처벌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사면을 통해 범죄자에게 관대한 메시지를 주는 순간, 사회 전반에 ‘사기 정도는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복절 특사라는 이름으로 단행된 이번 사면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서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기 범죄자 대거 석방은 국민의 불안만 키우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눈물은 외면당한 채 남겨졌다. 정부가 서민 피해를 어떻게 수습할지, 그리고 사기 범죄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