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내란 혐의' 체포된 대학생들…"국가 배상하라"

2025.09.14 13:33:17 7면

"헌법상 국민 기본권 침해 '위헌'…기본권 침해한 직무집행"
한일회담 반대 시위 연루 체포 군검찰 기소…이후 공소기각

 

61년 전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내란범으로 몰려 군검찰에 불법으로 구속됐던 대학생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9단독(김용희 부장판사)는 백광수·차진모 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백 씨에게 5500여만 원을, 차 씨에게 4900여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뤄진 이 사건 구금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이라며 "이 사건 계엄포고의 적용·집행 및 이 사건 구금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1964년 6월 3일 다른 학생들과 서울 시내에서 한일회담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같은 날 오후 9시 50분쯤 서울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옥내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며, 비상계엄 지역 내에서 압수·수색·체포·구속에 관해 법관의 영장 없이 이를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계엄포고를 발령했다.

 

백 씨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 전날인 6월 2일 남대문시장 인근 여관에서 가두시위에서 사용할 현수막을 만들던 중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돼 연행됐고, 차 씨는 시위 이튿날인 6월 4일 불심검문을 통해 경찰서로 연행돼 구금됐다.

 

군검찰은 이들을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검찰은 계엄 포고가 해제(1964년 7월 29일)된 이후 사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국회에서 '6·3사태 관련 구속 학생 석방 건의안'이 가결된 뒤에야 이들은 보석으로 출소했다.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혐의가 가볍다는 이유로 공소를 취소했고, 법원에서도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한일회담 반대운동 대학생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이라 하며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이에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은 등은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되고 위법한 수사 및 기소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국가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 자체가 위헌·무효에 해당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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