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과열 우려를 의식해 “인하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완만할 것”이라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는 둔화하고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과 금융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인하 기조는 유효하지만 시기와 폭은 데이터를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달아오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경고음을 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은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자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은 금리로 완벽히 조절할 수 없다”며 “정부의 세제·주거비 정책 등 구조적 개혁이 병행돼야 안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월세 부담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불균형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결정문에서 “성장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되, 대내외 정책 여건과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 1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졌지만 외화 조달 능력은 연 150~200억 달러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경기 하방 리스크를 지목했다.
그는 “금리만으로는 성장과 부동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며 “통화정책은 물가와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재정정책과 주택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또 “AI 산업과 반도체 경기 흐름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달라질 것”이라며 “주요 정책 변수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의 문은 열려 있지만 속도는 시장보다 느릴 것”이라며 “완화적 기조 속에서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