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도 인연이고 호연도 인연입니다. 제 그림에는 중도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인연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다가서는 것입니다.”
19일 단원(旦原) 임원빈 작가는 곧 있을 자신의 전시회에서 공개될 작품들 모두 ‘무심의 세계’를 시각화했다며 이 같이 표현했다. 고등학교 미술부를 시작으로 35년간 붓을 놓지 않았던 삶의 배경 역시도 끊임없이 지속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될 작품 모두 인연의 흐름을 담고있는 만큼 인위적이 아닌 자연적인 표현을 강조했다. 작품의 선 하나하나를 나뭇잎으로 담고 화폭을 답은 색채도 자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다림을 지속해온 것이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인연으로 정해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참살이갤러리(중구 신포로 23번길 83, 3층)에서 연다. 그는 작품 속에서 표현된 여백은 단순한 비어 있음이 아닌 있음과 없음이 함께 머무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먹의 번짐은 형태와 비형태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라지면서 동시에 드러나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같은 독특한 화법을 일반 봇과 함께 나뭇잎을 사용했으며, 공간의 옅은 배경에는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운필과 먹의 운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먹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수묵화 본연의 질감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유독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와 인연을 맺은 분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할 계획이기 때문”이라며 “고뇌와 집착을 던져버리고 마음을 비워내는 것을 표현했기에 자연스러운 포용의 그림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작품들이 내포하는 뜻에 대해 오랜 과정을 거쳐 담아온 그림의 형식이 아닌 깨달음의 예술인 점을 부각했다. 이를 통해 어떤 사물의 재현이 아닌 관조이며, 표현이 아닌 수행이란 점을 표현했다.
이 때문에 과거 14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했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고통 속에서 작품을 준비했지만 이번 전시회 만큼은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마음의 편안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무탈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다짐했고 화폭에 그려지는 선 하나하나에 욕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단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런 열정이 마음의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부연이다.
그는 나아가 한국화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화의 화단을 걷는 젊은 작가들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화의 모태는 매일 같이 수행자의 마음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정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 작가는 “한국화의 정신은 정진하고 수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며 “저 또한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의 길을 수양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무심의 세계는 전문가들의 평에서도 확연히 돋보인다. 보이는 것을 담기 보다 보는 마음을 드러내려는 시도에서 더욱 돋보인 시선의 흐름이 강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진 대구대학교 디자인예술대학 교수는 임 작가의 작품에 대해 어떤 작품보다 불교의 핵심 교의인 중도와 인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장 교수는 임 작가의 그림은 보이는 것보다 보는 마음을 드러내려는 시도라며 그는 시각적 재현보다 인식의 깊이를, 외형의 묘사보다 마음의 흔적을 화폭에 담았다고 평했다.
이어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대상이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움직임이라며 그림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지 않고, 세계와 함께 숨 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의 그림 속에 흐르는 고요함은 단순한 정적이 아닌 마음의 움직임이 멈춘 순간, 즉 ‘순간의 영원성’을 담고 있다고도 했다. 나아가 선에서는 이를 무심이라 부르고 무심은 다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의 모든 사물과 하나되는 상태라고도 했다.
장 교수는 “그의 먹빛은 형태를 덜어내어 기운을 드러내고, 여백은 부계가 아닌 충만한 사유의 공간이 된다”며 “형식의 예술이 아닌 깨달음의 예술인 것이다. 그림의 재현이 아닌 관조이며, 표현이 아닌 수행이다. 세계를 해석하지 않고 세계와 함께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지우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