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화성 동탄2신도시 핵심 업무지구에서 공공분양(주거복합) 사업을 사전공고하면서, 공공기관 개발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 협의가 사실상 배제된 채 절차가 진행되며, 자족도시를 표방해 온 동탄2신도시의 도시 비전이 주택 공급 논리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곳은 동탄역 인근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광비콤)’로, 기업 유치와 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계획된 동탄2신도시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LH는 주민설명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해당 부지에 대한 공공분양 사전공고를 먼저 내며 개발 방향을 사실상 못 박았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결론을 정해 놓고 의견을 듣는 척만 하는 절차”라고 반발하고 있다.
동탄역 업무지구 정상화 추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업무용지에 주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단기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도시의 장기 경쟁력을 희생하는 결정”이라며 “광비콤의 정체성이 무너질 경우 동탄2신도시는 또 하나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교통·생활 인프라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동탄2신도시는 학급 과밀과 교통 정체 문제가 고질적으로 제기돼 왔는데 핵심 업무지구에 주거 물량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논란은 더욱 심각하다.
공공개발 사업에서 주민설명회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공식 협의 과정이지만, 사전공고가 먼저 이뤄질 경우 계획 수정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설명회 이전 사전공고는 협의의 전제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이후 여러 차례 주민 간담회를 진행하고 LH에 설명회 개최를 요구해 왔으나, 이번 사전공고로 시와 주민 모두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정명근 시장은 “주민설명회를 예고한 뒤 사전공고를 강행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 신뢰를 훼손한 일”이라며 “주민과의 협의 없이 추진되는 계획은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국토교통부와 LH에 사전공고 철회와 절차 재정비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공공기관의 ‘공급 중심 사고’가 빚어낸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신도시 업무지구는 도시 성장 전략의 핵심인데, 주택 공급 목표에 밀려 기능이 변질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이 지속되면 공공개발에 대한 주민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오는 23일 예정된 주민설명회 결과에 따라 행정적·정치적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동탄2 업무지구 논란은 결국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주택 공급과 도시 경쟁력, 공공성과 절차적 정당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이번 사안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