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묻다] 기대되는 내년을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2025.12.24 06:00:00 13면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뉴스나 신문에는 단골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거리의 시민들에게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모습이다. 저마다 건강, 취업, 주거 안정 같은 소망을 말한다. 소중한 질문이지만, 한편으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노력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구조적 장벽에 그 소원이 가로막혀 있다면, 우리는 개인의 다짐 이전에 공동체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마침 올해 연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다시 확인되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보면 건강, 고용, 주거 등 62개 지표가 보내는 신호가 엄중하다. 지난해 청년 자살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열 명 중 세 명은 육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번아웃’ 상태다. 학업이나 취업으로부터 멈춰 선 ‘쉬었음’ 청년도 72만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내년을 준비하며 눈여겨볼 대목은 바라는 미래에 대해 ‘전혀 실현할 수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6%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2022년보다 2.4%p 증가한 수치다.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년이 늘어난 현실은 단편적인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산 격차가 삶의 질 불평등으로 고착화되고, 저성장과 기술 변천 속에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며, 실패 시 회복을 돕는 안전망마저 부족한 현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인이 스스로 통제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요인들이 청년들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

 

그래서 기대되는 내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 단순히 경제 성장을 통해 기회의 총량을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 환경, 인간다운 주거권 확립, 고립된 개인을 연결하는 관계망, 위기로부터 회복을 돕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토대가 전제될 때 비로소 개인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 말미에 실린 이슈보고서 ‘청년의 주관적 웰빙과 사회통합 : 시민참여와 포용성을 중심으로’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청년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시민 참여의 가능성이 커지고, 삶의 만족도와 기대 수준이 높을수록 타인을 포용할 확률도 높았다. 이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말하면, 공동체가 개인의 내일을 기대되게 만들어줄 수 있어야 그 개인 역시 사회의 내일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기대되는 내년을 위해 바뀌어야 할 것은 ‘개인의 다짐’이 아닌 ‘사회의 토대’다. 청년들이 마주한 위기를 개인의 분투로만 치부하는 구조 속에서는 그 어떤 희망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 공동체가 구성원들의 삶의 만족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그 기대감을 동력 삼아 개인들이 공동체의 내일을 함께 일궈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2026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변화다. 이제 우리는 “개인이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가”를 묻기 전에, “공동체가 개인이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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