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너무 선명하게 비추지는 않는 거울, 그래서 오히려 내 모습을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진 거울. 그런 거울 같은 작품을 통해 예술이 일상에 스며들길 바랍니다.”
개인전 ‘In the Name of Love 사랑의 이름으로’를 선보이고 있는 이미정 작가는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미정 작가는 ‘조립식 회화’라는 독창적인 형식을 구현해 온 작가로, 일상의 표면에서 동시대 사람들이 지닌 욕망과 보편적 가치를 관찰하고 독해해 왔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익숙함과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 고찰하며 이미지를 재료 삼아 자신이 바라본 시대상을 회화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사랑’이라는 개념 속에 공존하는 양가적인 감정과 일상의 장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탐구한다. 이를 통해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마주하게 되는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관객에게 자신을 둘러싼 풍경을 다시 바라보는 사유의 시간을 제안한다.
이미정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가사·돌봄·감정 노동과 재생산의 과정이 여전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되는 현상에 주목했다”며 “완결된 문장이 아니기에 다음 문장을 상상할 수 있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관용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전시 제목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세 개의 층을 ‘하나의 집’이라는 서사로 연결하며 그간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주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수직적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의 1층에는 루이까또즈 쇼룸과 어우러진 회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2층에는 설거지를 기다리는 그릇이나 설거지를 하는 인물의 장면이 펼쳐지며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정돈된 집의 이미지가 연출된다.
이에 대해 이미정 작가는 “전시 공간의 이름인 ‘Project Space, Under Layer’와 공간 소개 문구인 ‘Under the surface, there’s always more’라는 비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표면 아래에는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메시지가 평소 다뤄 온 작업 주제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매끈하게 정돈된 집의 이미지 아래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많은 움직임과 노고,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작품과 컬렉션이 테이블 위에서 같은 층위를 이루며 시각적 조화를 이루도록 긴 테이블을 요청하는 등 장면 구현에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일상 속 예술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지는 작품 ‘Greeting from the Window’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로 226cm에 달하는 창문을 그린 이 작품은 “How are you feeling today?”라는 질문과 함께 관람객을 맞이한다. 창 안에 적힌 문장은 관람객에게 오늘의 기분과 안부를 조용히 묻는다.
이미정 작가는 “일상적인 인사말이 때로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의미가 정해진 문장이라도 화자와 청자, 관계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창문’이라는 모티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무지개가 떠 있는 창문과 우유가 놓인 창문 등은 일상의 풍경을 확장하며, 창틀 너머의 이미지가 자본으로 손쉽게 환원되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장면에 주목한 이미정 작가는 시간의 층위와 일상의 순간을 창문의 이미지로 포착해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담아냈다.
이처럼 일상과 공간에 대한 고민은 작가의 작업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도내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 중인 이미정 작가는 “도내에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지만, 거리상의 이유로 매번 방문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지역 문화 거점이 보다 촘촘하게 구축돼 예술이 일상 가까이에서 경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인들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력”이라며 “어디에나 방법은 있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그 힘을 믿으며 또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지역 예술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미정 작가의 개인전 'In the Name of Love 사랑의 이름으로'는 2월까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