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서] 역발상 하나

2026.02.09 06:00:00 15면

 

팔란티어의 창업주 피터 틸의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2014)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을 채용하려고 면접을 볼 때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13면) 좋은 대답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X라고 믿지만, 진실은 정반대예요.”(14면) 흔히들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반대로 그 뒤에 숨겨진, 통념과는 다른 진실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21면).

 

잘못된 믿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들 받아들이고 있는 믿음이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고, 법률가들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벌써부터 이러한 믿음에 따라 변호사 시장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인원이 작년에 비해 23.3% 감소했는데, AI 확산의 영향이라고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장도 “앞으로 법조계로는 절대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 “로펌들은 인공지능에 리서치를 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해럴드경제, 문과 전문직 ‘사망 선고’ 나왔다... “법조계 진로 절대 안돼”, 2026. 1. 6.자 기사).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후배들을 향해 선배들은 “자리가 없다”는 “걱정”부터 해 주느라 호들갑이다.

 

요즘은 모두가 서로를 향해 “너의 노동력은 대체 가능하고 무가치하다”고 말하느라 바빠 보인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해 줄 것이므로 이제 사람은 뽑을 필요가 없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법률가도 대체할 것이고, 법률가가 필요 없을 것이다.”, “주니어부터 필요 없어진다. 시니어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법률가 없이 인공지능만으로 법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법률가의 일은 줄어들 것이다. 법률가도 줄여야 한다.” 이런 믿음들은 잘못된 믿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통념이 되어 가고 있는 믿음이다.

 

이런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법률가들이 그들의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이기에 법률가들이 할 일이 더 많아질 수 있고 법률가들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통념과는 다른 생각이다.

 

정작 팔란티어의 창업주는 2014년에 이렇게 썼다: 어느 쪽도 더 뛰어난 컴퓨터가 반드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그 전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전제다.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186면). 분별력을 가진 인간이 수십 년 후에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컴퓨터는 단순히 인간이 이미 하고 있는 일만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199면).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법률가들을 한물간 폐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유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