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유하자면 같은 사물이라도 먼지가 묻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 역시 작품이 아닌, 마음의 거울에 달려 있습니다. 그림 밖의 그림을 보십시오.”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성파선예 性坡禪藝: 성파스님 예술세계’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나선 성파 스님은 이 같은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오랜 수행(修行)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며, 2025년 옻칠회화를 중심으로 옻칠염색·도자불상·도자대장경판 등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 새 단장을 마친 ‘전시마루’에 들어서면 아득하고 먼 ‘영겁(永劫)’의 시간이 흐른다.
이곳에서는 성파 스님이 직접 제작한 삼천불전 도자불상 35점과 옻칠 그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붓으로 선명하게 그은 선이 아닌 물처럼 흐르고 바람에 날리듯 겹겹이 쌓인 옻칠은 어두운 배경 위에서 태양처럼 밝게 빛난다.
온화한 미소로 평온함을 전하는 도자불상은 같은 자세 속에서도 단 하나 다른 자세를 지닌 불상을 찾아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에 대해 성파 스님은 “도자는 흙으로 만들어지고 불에 구워지며 자연스럽게 변화를 맞는다”며 “의도적으로 다르게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물아불이(物我不二)’의 공간에는 상대성과 평등의 의미를 담은 삼천불전 도자불상들이 자리한다.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세 개의 불상은 어두운 전시장을 배경으로 밝게 빛나며 진짜와 가짜,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문다.
옆 공간에서는 길이 6m에 달하는 수중 설치 옻칠회화가 펼쳐지며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바람과 물의 흐름에 맡겨 흔들리는 작품은 관람객에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성파 스님은 과거에도 물에 띄운 작품이나 드론을 활용하는 등 실험적인 전시를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완성도를 높여 작품의 서사를 극대화한 연출로 돌아왔다.
김영학 학예사는 “수중 전시의 정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펌프와 조명 연출에 공을 들였다”며 “냇가에서 흐르는 물이 돌에 비치는 느낌을 공간에 옮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본수 관장 역시 “이번 전시의 핵심은 ‘마음의 무게’”라며 “과거 400평 규모의 전시와 비교하면 공간적 확장은 쉽지 않았지만 대신 성파 스님의 수행자로서의 시선과 담담한 말 속에 담긴 진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심을 따라 걷다 보면 글자 너머의 ‘문자반야’가 펼쳐진다.
불교 경전의 핵심인 반야심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흙으로 빚어 탑이 되거나 옻칠을 통해 글씨로 구현된다. 글자를 읽기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춘 작업은 붉은 색감 속 평상심을 드러낸다.
성파 스님은 “청·황·적·백·흑은 색의 기본이고, 맛은 오미, 방향은 동서남북과 중앙”이라며 “붉은색은 양기를 뜻하고 태양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따라 걷다 보면 전시의 정체성이기도 한 ‘일체유심조–마음대로’ 공간이 등장한다.
성파 스님이 가장 자유롭고 즐겁게 작업한 원색적이고 기하학적인 옻칠 그림을 배경으로, 옻으로 염색된 형형색색의 천이 설치돼 제목 그대로 ‘마음대로’ 유희한다.
앞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역동적인 영상이 함께 흐르며 공간의 신비로움과 깨달음, 평온함 등 다양한 감정을 환기한다. 관람객에게는 잠시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제안된다.
성파 스님은 “이번 전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닌, 그저 도를 닦는 사람이 그린 작품”이라며 “어떤 의미나 의도를 두지 않고 그린 만큼, 감상 후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쁜 일상 속 사유의 시간을 보내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