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선적이고 석고화된 기록으로 굳어져있는 북간도 무쟁투쟁사를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화창한 낮. 안양의 한 카페에서 신간 '나는 최운산이다'로 돌아온 오세훈 작가를 만났다.
오 작가는 최근 출판사 일송북의 '한국 인물 500-나는 ~이다' 시리즈 중 29번째를 발간하며, 독립운동에 천문학적 재산을 헌납하며 민족에게 희망을 전한 최운산을 조명했다.
정론직필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오 작가는 대학 시절 큰 울림을 전한 함석헌 선생의 영향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함석헌 선생은 1900년대 활동한 국내 사상가이자 종교인, 언론인, 민주화 운동가로, '씨알 사상'의 태초자이기도 하다. 1979년과 1985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오르며 세계적인 비폭력 평화 인권 사상가로써 활동해 왔다.
씨앗에서 유래한 '씨알 사상'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바라보며 권위주의 정권 시기 당시 비폭력 저항과 양심적인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 작가는 "직장인으로 살면서 대학 시절 '씨알의 소리'를 애독하며 품어왔던 기억을 잊고 지내다 기회가 돼 글을 쓰게 됐다"며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를 읽고서 역사를 입체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이번 신간 발간으로 이어졌다.
오 작가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예시로 들며 "이 두 가지 전쟁을 말할 때 다들 홍범도와 김좌진을 언급하곤 한다"며 "이 두 인물도 대단하지만 단순화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석고화된 기억을 깨고자 이번 책을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신간에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뒤 숨겨진 조력자들로 시선을 옮기며,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하고, 북간도 단체들을 통합해 대한북로독군부를 출범시킨 인물을 누구였는가. 10여 개 참전 부대의 무장과 군수, 의식주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한 이는 누구였는가.
이 책을 접하기 전의 독자들이라면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오 작가는 이 같은 역사 교육과 단순화를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넓은 시야를 제시한다.
그는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단체들의 통합이 키포인트"라며 "이 통합 뒤에는 '돈'이 빠질 수 없다. 막사를 짓고 훈련을 위한 연병장을 구축하고 무기를 조달하는 등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천문학적인 돈을 최운산이 전부 부담했고, 이러한 지원이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 작가는 최운산 부인 김성녀 여사의 '역사 재심 청구서'와 당시 사료, 독립운동가들의 증언을 나란히 배치하며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의 함성과 1920년 봉오동의 승전보, 오늘의 시민적 저항을 하나의 시간선 위에 놓았다.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모두가 당연시 여기던 기억을 재검토하며 신화화된 공식 서사에 용기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시도를 현실의 출판으로 이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출판사의 기획이 있었다.
오 작가는 "출판사의 제안을 통해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나는 ~이다' 시리즈를 세상과 공유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들판에 묻혀 있던 주인공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100년 전 우리가 함성과 승전보로 억압과 왜곡에 맞서 진실을 회복해 왔다면, 오늘날 우리는 기록과 기억을 통해 역사를 지켜 나가고 있다.
오 작가는 이러한 정신을 강조하며, 100년의 침묵을 넘어 또 하나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그는 굳어진 기억의 틀을 깨고 입체적인 진실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제안하며, 여전히 역사 뒤편에 가려진 이들을 세상 앞으로 끌어내고자 펜을 든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