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학교폭력 예방,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2016.12.28 19:11:06 인천 1면

 

“물로 고문하고 모욕하고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어요.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엄마, 저 없이도 행복하게 사세요. 괴롭힘은 끝났지만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벌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모군의 유서이다. 학교폭력이 국가적인 문제가 된 계기는 권승민군 자살사건이었다. 권군은 가해자인 같은 반 친구 2명이 보내온 협박성 문자를 하루 평균 50통씩 수개월간 받았다. 새벽에 깨어나서 게임레벨을 올리도록 강요받고 금품을 갈취당하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

권군의 자살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10대의 나이에 친구의 자살을 눈앞에서 목격한 학생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권군 사건 이후에도 학교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2011년 12월 대전 모 여고에서 왕따를 당하고 담임교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보복폭행을 당해 투신한 여고생, 2013년 3월 경산 모 고교에서 갈취 및 폭행으로 투신자살한 최군, 2015년 5월 초등학교 때부터 당해온 왕따와 SNS상의 언어폭력 및 신체폭력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한 서울 모 여고 학생 등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들….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된 심의현황은 1만7천749건에서 1만9천968건으로 11.1%(2219건) 증가하였고, 최근 SNS나 사이버공간속에서 더욱 교묘하고 은밀하게 따돌림·괴롭힘을 자행하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 증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 대부분이 소지하는 스마트폰을 통한 사이버불링의 경우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까지 24시간 피해학생을 괴롭힐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상에서의 학교폭력보다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권승민군 사건 이후 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출범시켰다. 학교폭력 발생률이 급증하는 신학기에 학교폭력 예방교육, 학생들 및 부모들의 개별신고 접수 및 상담, 117신고사건(학교폭력신고)처리, 가·피해학생 대상으로 멘토·멘티 활동, 가해학생 대상 선도프로그램 등 전문적·체계적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학교의 전유물이었던 문제학생 상담과 지도가 이제 경찰의 담당에 놓이게 되었다.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를 접한 경험이 없는 교사들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전담경찰관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여 조언을 구하며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를 위해 협조체제가 이루어져 학교폭력에 조금 더 수월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80%이상의 교사들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환영한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입을 닫고 말문을 쉽게 열지 않는데 그 이유로 대다수가 ‘일이 커질 것 같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로 응답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손길에 불신을 나타내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학교와 가정, 경찰 모두의 ‘관심’이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소통하며 위로하고 공감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믿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경찰관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의 열정과 관심,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언젠가는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학교폭력으로부터 소중한 학창시절을 지켜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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