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겨울 아침

2017.04.05 19:23:51 16면

 

겨울 아침

/오세영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했던가.

비록 강퍅한 시대와 맞서
서릿발 사나운 동토로 내몰렸다고 하나
의식은
추의와 고독의 절정에서 가장 명징하게
맑아질지니

이성이
빙벽의 불타는 이마에서
반짝 빛나는 이 겨울 아침에 일어나 나는
먼저 시를 쓰리라.

밤새 하얗게 내리는 눈밭에서 종종거리는
산새들의 그 정갈한
발놀림.

 

 

 

시인이 시로 쓰는 도구는 명징한 의식과 이성이다. 겨울은 의식이 고갈되고 죽은 계절이고 의식이 달아나 동면을 꿈꾸는 시기이고 겨울은 죽음의 상징이고 겨울은 극복이 아니라 순응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도 있으나 시인은 시를 쓰는 행위로 겨울을 극복한다. 시는 이열치열의 수단이자 아침에 일어나 시를 쓴다는 것은 겨울밤을 이겨낸 환희의 노래와 존재의 출발점을 시로 한다는 선언이다. 시인이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시에 있고 시를 써야 하는 것이 곧 살아야 함의 이유고 역설적으로 시를 쓰므로 살아있다고 말한다. 그의 시는 작은 것의 생명력을 노래하므로 우주란 큰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환기 시킨다. 아름다운 역설의 노래를 부르는 혜안의 시인을 떠오르게 하는 좋은 시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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