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여성 시인이 바라본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2020.08.26 09:26:27 13면

에밀리 정민 윤, 이민자 시선으로 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시, 존재 억압하는 언어에 대한 저항 정신으로 다가왔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에밀리 정민 윤 글/한유주 옮긴이/열림원/245쪽/12,000원

 

이민자 여성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이 마주한 과거의 아픔과 일상의 불행.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의 저자 에밀리 정민 윤은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으며 데뷔했고, 다른 국가에서 그 누구보다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라는 어두운 역사의 단면을 깊게 파고든 시인이다.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하게 된 에밀리 정민 윤은 전쟁 범죄의 그늘에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에 공감하고, 그들의 사건을 자신에게 투영시키며 현대 여성들의 아픔도 헤아리고자 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자 미국 문단에서 아픔을 공유하는 장을 용기 있게 열었다.

 

저자는 “시는 우리의 존재 방식을 억압하고 규정하는 언어에 대한 저항적 정신이자 형태로 나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1991년에 한국에서 태어나 2002년 캐나다 이민 이후 2009년 대학입학으로 지금까지 미국에 살고 있다고 소개하며, 미국에서 완곡한 표현인 ‘위안부’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이 역사가 공동체 의식에 뿌리내리고 있으므로, 새로이 알려줘야 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이 책의 목적은 알림이 아닌 지속시킴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총 4개의 챕터 ▲고발 ▲증언 ▲고백 ▲사후로 이뤄졌으며, 35편의 시가 담겨있다.

 

‘일상의 불운’, ‘페티시’, ‘철쭉’, ‘꿈의 악마’ 등의 시는 과거에 일어난 일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부터 현대에도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어두운 과거를 그로테스크한 시적 표현을 더해 그려내기도 하고, 전쟁 중에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집단적인 광기를 거부한 일본군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점의 전환을 주기도 한다.

 

김혜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여성 시인은 자신의 시적 원형인 파묻힌 여성의 목소리들을 환기하고, 그들의 말을 받아쓰기하면서 출현하기 마련”이라며 “이 시집은 이미 우리 한국 현대 여성들이 외면한 원형적 표상의 출현을 야기한다. 시간 속에 파묻어놓은 그 여자들의 비명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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