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이 와서 시끌벅적하고 ‘너희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아’라며 ‘너희들이 누리지 못한 것을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잖아. 보고 있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오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청소년들은 춤을 추며 재주를 여기서 마음껏 펼칠 수도 있고, 이 공간에서 토론회도 하고요. 어른들은 이 곳에서 나무도 보면서 꽃도 보면서 쉴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어요.”
2021년 봄, 안산 시민과 피해자 가족들은 화랑유원지에 자리하게 될 안산 생명안전공원의 미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누구나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 조용한 추모의 공간이 아닌 시끌벅적한 시민들의 터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만 해도 화랑유원지 인근 아파트 단지엔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설치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4년이 지나서다. 안산시가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있었던 화랑유원지에 4.16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후 보수정당과 일부 보수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오랜 시간 진통을 겪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일부 후보는 안산 생명안전공원에 ‘납골당’이란 프레임을 씌워 ‘도시 한복판에 추모공원(납골당)은 안된다’라는 공약을 내걸고 정치 홍보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일부 주민 간 이견 사이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붙여 참사와 기억을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피해자 가족을 울렸다.
그러나 안산시는 ‘화랑 유원지 명품화 사업’ 등을 세워 시민들을 꾸준히 설득했고, 마침내 2019년 생명안전공원 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지난 1월 국무조정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 의결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는 해당 공간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봉안 시설과 전시·교육 시설 등이 복합된 문화 공원 조성을 만들겠다고 공포했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묻고 답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시는 단원구 초지동 667번지 화랑유원지 전체 면적 60만8855㎡ 중 2만3000㎡에 문화 및 전시장으로 꾸미기로 하고 국제 설계공모를 시작했다. 지난 2월 1단계 공모작 70여 건을 접수받아 지난 12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5건을 추렸다. 오는 6월 25일 작품 심사 및 프레젠테이션 등 2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작을 뽑을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373억 원, 도비 43억 원, 시비 37억 원 등 모두 453억 원에 달한다. 선정작이 나오는 대로 1년 간의 시설 설계용역을 거쳐 내년 9월 공사를 시작해 2024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아이들이 떠난지 꼭 10년 만인 셈이다.
시는 미국 시애틀 ‘브루스리 묘’, 미국 ‘국립 911 추모관 및 박물관’,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영국 ‘다이애나비 추모 분수’ 등과 같이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같은 출발을 알리기 위해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과 함께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선포식을 연다. 선포식을 앞두고 생명안전공원 부지에는 4160송이의 팬지를 심었다. 16일 선포식 당일에는 ‘나를 잊지 말아요’ 꽃말을 지닌 꽃과 소나무 한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 후원 플랫폼 ‘소셜 펀치’에서 관련 모금운동을 진행한 4.16재단은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되기까지 남은 3년, 공원부지는 흙을 드러낸 빈 땅으로 남아있을 예정”이라며 “희생자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렸던 2014년 4월처럼, 모두가 돌아올 2024년까지 빈 땅에 노란 꽃으로 리본 모양의 정원을 만들어 기리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 및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은 16일 오후 3시부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피해자 가족 및 내빈 99명만 입장이 가능하며, KBS 1TV와 안산시 유튜브에서도 생중계된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