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진주 잠수부’ 전시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기억하다

2021.04.15 18:29:34 16면

세월호 7주기 추념전 ‘진주 잠수부’, 희생과 슬픔 위로
道미술관 야외조각공원·프로젝트갤러리서 101일간 진행

 

“공원 안에 많은 작품을 전시해주시고 여기서 뛰어놀았던 아이들을, 4·16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진주 잠수부’ 특별전에서 자신을 단원고 2학년 7반 정동수의 아빠라고 소개한 정성욱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의 말이다.

 

경기도미술관과 재단법인 4·16재단이 공동주최로 개최한 세월호 7주기 추념전 ‘진주 잠수부’는 우리 공동체가 함께 겪고 있는 여러 재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희생과 슬픔을 위로하고자 마련됐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 9명(팀)이 참여해 총 13점의 작품으로 야외 조각 전시를 꾸몄다.

 

 

이수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사를 비롯해 참여 작가들은 “재난으로 인한 희생에 대해 우리의 애도 과정과 그 마무리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며 공동체와 일상을 다시 바라보고자 하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박선민 작가는 세월호 합동 분향소가 세워졌던 주차장 부지에 소금으로 선을 그리고 다시 그것을 지우는 퍼포먼스 ‘그리면서 지워지는 선’을 발표했고, 언메이크랩은 17일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워진 분향소 자리의 흔적을 찾아내고 검게 칠하는 퍼포먼스 ‘바닥 추모비’를 진행했다.

 

 

7년 전, 이 자리에는 정부합동분향소가 있었고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노란 리본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분향소의 기둥을 심었던 바닥부분에 새로이 아스팔트가 깔렸지만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했던 그 의미만큼은 여전히 남아있다.

 

박선민 작가는 “이 슬픔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하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눈물이 가진 짠맛을 소금이라는 결정체가 의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표현했다”고 말했다.

 

‘파빌리온 윗 위’를 설계한 최진영 건축가는 “이 장소를 끝없는 기억과 증언 그리고 새로운 약속이 발생하는 의미 깊은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는 의미를 전했다.

 

조각가 5명이 모인 믹스 앤 픽스는 조각에서 불가능한 조건으로 여겨졌던 물을 조각의 요소로 해 ‘매일매일 기다려’ 작품을 완성했다. 작가들은 “밝고 경쾌한 작품들이 나와서 걱정했는데 물이라는 것에 생각해보게 됐다”고 부연했다.

 

 

안미희 관장은 “안산은 세월호와 가까이 있고 미술관 앞 주차장에는 정부합동분향소가 4년 간 자리했으며, 유가족협의회와도 시간을 같이하며 고민해왔다”면서 16일부터 7월 25일까지 101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특히 이날 만난 4·16재단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은 “기억에 대한 사유를 주제로 한 미술전시가 열려 매우 감사하다. 3개월 간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함께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사는 “현대미술이 가진 은유라는 힘을 통해 아직 어렵기는 하지만 세월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나 아렌트가 발터 벤야민을 애도하면서 쓴 글에서 전시 제목 ‘진주 잠수부’를 가져왔다는 이 학예사는 “잠수부라는 존재이기에 깊은 바다로 가라앉게 되고, 거기서 진주를 발견하는 것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건져 올릴 수 있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것들이 오래 기억돼 먼 미래에도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길 소망하는 뜻을 담은 ‘진주 잠수부’ 특별전. 이번 전시는 야외 조각 전시인 만큼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일부 작품은 온라인 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이해 이 전시를 통해 무고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이후 이 사회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내 마음 속의 ‘세월호’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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