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wiz가 창단 8년, 단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까지 제패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창단 이래 ‘만년 꼴찌’를 도맡던 kt를 줄곧 아낌없이 응원해 왔던 수원시민들의 감회는 누구보다 남다르다.
◇ kt, 창단 8년 만에 정규리그 1위 이어 한국시리즈 제패 ‘통합우승’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끝난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KS(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물리쳤다.
가을 야구의 대명사 두산을 상대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잡아낸 패권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출전한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 준 빚마저 1년 만에 깨끗이 갚았다.
이로써 kt는 2013년 창단 이후 8년, 2015년 1군 무대 진입 후 7시즌 만에 최초로 통합우승(정규리그·KS 우승)을 일궈내며 2021년 KBO리그 챔피언이 됐다. 또 KS를 4승 무패로 끝낸 역대 9번째 팀이자 3승 무패를 거둔 팀이 100%(12차례)로 우승 샴페인을 터뜨린 새 역사도 쓰게 됐다.
◇ 통합우승 주역 이강철 감독 “우리 모두(구단, 선수, 팬)가 챔피언”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고 오늘 kt의 성과를 논할 수 없다. 선수 시절 투수로서 기복 없이 10년 연속 10승을 한 이 감독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 꾸준함은 선수를 지도하는 철학으로 발전했다.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닌 당장은 부진하더라도 기복 없이 꾸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선수를 영입하며 착실히 팀을 빌드업했다. 덕장으로서 선수들과 충분한 교감, 그리고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과는 마법 같은 결실로 이어졌다.
하위권을 맴돌던 10번째 구단 kt는 지난 2019년말 이 감독이 3대 감독에 취임, 첫 해 팀의 창단 첫 5할 승률을 견인하며 강팀의 토대를 닦았다. 이듬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팀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고, 감독 3년차인 올해 첫 통합우승을 일궈 ‘강철매직’ 신화를 썼다.
하지만 이 감독은 우승 원동력을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의 성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팬분들께서 붙여주신 ‘강철매직’이라는 별명이 황송하기 그지없다”라며 “팬분들의 사랑과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열정이 일궈낸 결과물이 이번 우승”이라고 했다.
이어 “임직원과 프런트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특정 인물이 잘해서 우승한 게 아니라 팀 kt를 챔피언으로 만든 우리 구단 모든 분들이 챔피언”이라고 밝혔다.
◇ ‘노장의 투지+신예 패기+외국인 선수’의 조화 = 원팀
우승 동력으로 선수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팀’이 된 점도 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유한준, 박경수, 황재듄 30대 중후분 베태랑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특히 지난해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아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 기록을 세운 박경수는 3차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을 다쳐 4차전엔 결장했지만, 2∼3차전에서 여러 차례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선수단 전체에 투혼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박경수는 kt의 첫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신예와 베테랑이 완벽한 조화 역시 kt 매직의 원동력이다.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배제성 4명의 kt 선발 투수들은 부담감을 떨치고 제 실력을 뽐내며 모두 승리를 따냈다. KS 4승 무패 시리즈에서 승리를 모두 선발승으로 채운 건 kt가 역대 최초다.
여기에 강백호(12타수 6안타)와 심우준(15타수 6안타) 등 kt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젊은 선수들과 배정대(15타수 4안타 1홈런), 조용호(10타수 2안타 4볼넷) 등 이적생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원팀’으로 만들어 낸 결과인 만큼 구현모 구단주는 축사에서 “우리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올라왔다”며 “우리가 기반을 마련했으니 단기간에 이 기세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기대했다.
◇ 수원시·시 야구계 “감동의 선물 받았다”
kt가 ‘통합우승’이라는 대기록에 야구계 인사들과 팬, 수원시민은 하나같이 ‘감동의 선물’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수원은 스포츠 메카로 꼽히지만, 야구만큼은 사실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11년 KBO에 야구단 유치 의향서를 내고, 2013년 신생팀 창단 그리고 ‘통합우승’까지에는 수원시와 지역 야구협회 관계자, 수원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첫 3년간 단골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힘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 고비 때마다 kt구단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어섰고, 또 우리 지역 시민 팬 여러분들께서 한결같이 함께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소회를 kt 우승 직후 SNS에 남겼다.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해 삭발도 마다하지 않았던 곽영붕 수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경기신문에 “제 임기 중에 창단해서 통합우승까지 갈 수 있었던 건, 물론 kt 선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수원시가 kt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점도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우리 130만 수원시민과 2만여 명의 동호인들, 또 초·중·고 리틀 유소년 선수들과 기쁨을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장유순 전 프로야구 시민연대 총괄간사도 경기신문에 “시민의 노력과 힘으로 kt를 수원에 유치해오기까지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통합우승에 대한 기쁨을 말로 이루 형용할 수가 없다”며 “선수들의 신구 조화와 이강철 감독의 팀에 대한 완성도를 짜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한편,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kt는 우승의 기쁨을 수원 팬들과 나눌 예정이다. 수원시와 카퍼레이드를 계획하고 논의 중이다. 또한 팬 페스티벌도 준비 중이다. 날씨 문제로 홈구장인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PS) 경기를 치르지 못한 만큼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