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너무 좋았다…’ 댓글 보면 가장 기분 좋죠”

2022.03.15 06:00:00 16면

[무대 뒤 사람들]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
음향을 디자인하는 무대 뒤 예술가

 

화려한 조명, 쏟아지는 환호. 공연이 끝나고 나면 무대를 향해 주어지는 찬사들. 하지만 무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음향감독.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음향기기들을 유지·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에 맞춰 사운드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극단·경기도무용단·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경기팝스앙상블 등 5개의 전속 예술단체를 운영하며 경기도 31개 시군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경기아트센터의 음향총괄 정주현 음향감독(기술 3급, 무대기술팀 차장)을 만났다.

 

 

◇ 음향감독이 가장 희열을 느낄 때

 

‘어둠의 자식들’. 무대 뒤에 있는 스태프들끼리 서로 지칭하는 농담섞인 표현이다. 빛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해서 아쉬움은 없다고 정 감독은 말한다. 무용수가 자기 몸짓에 집중하듯, 자신이 맡은 역할 ‘사운드’에만 집중하는 게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에다.

 

그럼에도 뿌듯한 순간이 있다. 정 감독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이번에 사운드가 너무 좋았다’라는 고객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남의 평가뿐만 아니라 공연에서 본인이 원하는 사운드가 나왔을 때 희열감을 느낀다.

 

그는 “제어하고 있는 사운드와 환경들이 제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에게도 좋다. 애매모호한 소리가 관객들이 감동받을 수 있게 구현됐을 때, 그것을 본인이 알고 함께 작업한 이들이 알고 관객들이 알아줄 때 노력한 결과가 나왔구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관객에게 최고의 공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은 무대 앞에 서는 예술가나, 무대에 보이지 않게 일하는 스태프나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 음악이 좋았던 공대생 

 

자신의 일을 이렇게 사랑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음향감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공대를 들어갔지만, 맞지 않는 전공에 음악 감상 동아리에서 대학 4년을 꼬박 보냈다고 한다. 음악이 좋아서 진로를 찾다가 이 분야로 들어섰고, 25년째 음향 일을 하고 있다.

 

몇 년간 음향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정 감독은 “꼭 이게 직업이 아니더라도, 음향에 대한 끈을 놓지 말아”란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이 분야가 힘들어 계속 가지 않더라도 관심을 접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음향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진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많은 공연이 취소됐고 비대면 형식으로 전환됐다.

 

정 감독은 “공연의 키포인트는 현장감이다. 약간의 갈증 해소는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계속 일해 왔던 사람으로서 이전의 느낌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일렉트로니카 시즌2’(10월 2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를 추천했다.

 

정 감독이 올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 대부분을 맡기도 했지만, 시나위 일렉트로니카가 가장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공연인 탓이다.

 

“국악 관련한 기획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렉트로니카 시즌2’는 뜻깊은 공연입니다. 실험적이고 진보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렉트로닉 장르는 음압과 데시벨을 최고치로 필요로 하는 반면, 국악기는 이와는 오히려 반대에 위치한 악기예요. 악기가 가진 한계로 소리를 무리하게 올릴 수도 없고, 또 국악 장르에 그런 큰 소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서로 반대에 있는 악기들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지 음향적으로 접근할 부분이 많아 기대되고, 또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기준을 만들어가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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