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음향·배우 동선 등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중재하는 ‘조율사’

2022.03.28 06:00:00 10면

[무대 뒤 사람들] 경기아트센터 김봉곤 무대감독

 

“큐(cue)!”. 그의 사인이 떨어지자 배우가 등장하고 이에 맞춰 음악이 시작한다. 단 한 순간도 늦어져서는 안 된다. 이 배우의 등장에 맞춰 조명은 켜졌다 꺼지고를 반복한다. 이 역시 조금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순간 순간을 각각의 점이라 한다면, 그 점들을 이어붙이는 역할. 무대 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무대 뒤에서 모듯 것을 지휘하는 사람, 바로 무대감독이다. 그의 사인이 있어야 조명부터 시작해 음향, 무대 장치, 배우의 등·퇴장까지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된다.

 

무대감독은 공연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각 부문별 감독님들과 조율하며 무대 전체를 중재한다. 경기아트센터의 무대 안전관리 및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김봉곤 무대감독(기술 4급, 무대기술팀 과장)을 만났다.

 

감독은 자신을 무대의 ‘조율사’라고 표현하며, “무대 감독은 피아노가 고유한 음을 내도록 현을 좌, 우로 돌리며 음높이를 맞추고 음의 균형과 예쁜 음색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율사라는 세 글자는 그의 분주함을 소개하기엔 너무 점잖은 표현이다. 그는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이전부터 바쁘다.

 

대본이나 연출 노트가 나오면 작품 분석을 하고, 연습에 참관해 배우의 동선 및 안무 등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음악과 무대 도면 분석까지, 연출 의도가 공연에 반영되도록 무대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장의 지휘 책임자로서 공연 진행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예술 감독이나 연출가에게 인계 받은 후 공연을 실현시킨다.

 

 

◇ 깰 수 없는 관객과의 약속

 

경기아트센터에서만 어느덧 18년차, 베테랑 무대감독인 그에게 잊지 못할 공연은 어떤 것일까. 그는 2019년 진행된 무용단 공연 ‘황녀, 이덕혜’를 꼽았다.

 

“작품을 준비 중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스태프 50명과 무용단원 7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관객들과도 공연을 약속한 상태였다. 모두들 몇 달 전부터 이 작품을 위해서 달려온 상황이라, 급히 고향에 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곧바로 무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감독은 특히, 작품 중에 이덕혜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에서 마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 같았다며, 이후 많은 작품들을 했지만 이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 앵글 속에 갇힌 무대 아쉬워

 

무대를 향한 애정과 무대 감독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그에게도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공연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 단원들을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대중의 환호로 공연을 진행한다. 관객의 표정과 호응으로 에너지를 얻고, 그렇게 되었을 때 100%이상의 기량을 발휘한다. 그런데 무관중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딱 준비된 만큼의 공연이 되는 것 같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또한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예술가들이 갑자기 카메라 서며, 시선처리도 어색해지고 위축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체적인 앵글에서 예술가들이 작아 보였다. 그게 정말 안타까웠다. 성공적인 공연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예술가들 특유의 숨소리가 있는데, 비대면 공연의 경우 그런 모습들이 전해지지 않아 무대감독으로서도 아쉬움이 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우리 것이 최고…우리 춤을 소재로 한 공연 하고파

 

올해 가장 기대되는 레퍼토리시즌 공연으로는 다음 달 예정된 경기도무용단의 ‘순수_더 클래식’을 추천했다. 그는 “오랜만에 전통무용을 준비하는데, 클래식과 융합되어서 더욱 흥미로운 공연이 될 것 같다. 순수란 것은 말 그대로 깨끗함을 뜻한다. 모든 관객들이 작품의 제목처럼 문화적으로 치유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대에서 많은 것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보통 전통 무용은 국악기로 음악이 준비되는 것과 달리 이번 공연엔 다양한 층위의 음악이 가능한 클래식 악기가 등장한다. 김 감독은 여러 번의 리허설 통해서 전통 무용과 클래식 악기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악’과 ‘전통’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무용과 같은 우리나라의 궁중무용을 오리지널로 맡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춤만큼 아름다운 게 없는 것 같다. 손짓 하나 하나에 귀품과 특별한 의미가 있고, 한복의 아름다움은 한국무용에서 독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우리 춤을 멋지게 한번 올려보고 싶다”며 “안타까운 게 해외에 나가서 공연을 보면 우리 것만큼 좋은 게 없는데, 우리 전통을 잊어가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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