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통폐합론에 교육계 촉각…개편방향 안갯속 불안감

2022.03.27 10:22:39

"교육부가 대학에 획일적 기준 강요" vs "초·중등 교육 위해 교육부 필요"
과기부와 통합? 존치하되 개편?…학부모들은 불확실성 커질까 우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안 마련을 앞두고 교육부의 존치 여부에 대해 여러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지난 25일 이뤄진 교육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통폐합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새 정부 조직개편의 밑그림이 드러나면 교육계 안팎의 논란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가 대학에 획일적 기준 강요"…통폐합·폐지 주장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의 폐지 또는 과학기술부와의 통폐합론이 나오는 것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가 대학 등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에 '교육부 폐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위원장이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을 제안하는 등 새 정부의 무게중심이 교육보다는 과학기술쪽에 쏠려 있는데다, 이번 인수위에 이명박 전 정부 시절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명박 정부 때처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는 형태로 교육부 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에는 교육부에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의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교육부의 해체나 통폐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주로 교육부가 고등교육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 발전,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재정지원과 감사권을 가지고 등록금에서부터 학생 선발까지 전반적인 대학 운영 사항을 규제하는 현재의 제도적 틀 안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를 통한 일반재정지원이 대학의 자율성을 없애고 반대로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한다"는 불만도 반영돼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정책총서를 통해 "대학이 구조조정 및 개혁의 키를 쥐게 하고 생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의 진화를 위해 교육부의 발전적 해체를 제안한다"고 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K-정책 플랫폼'은 지난 11일 제시한 정부 개혁 방안에서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떼어 총리실로 편재하고 산업경제정책, 과학기술정책을 융합한 과학기술혁신전략부(가칭)가 대학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고등교육재정지원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에 분산됐던 대학의 연구 및 산학협력 기능을 통합하고 과기정통부가 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에 관해 통합적으로 지원하도록 부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6월 10~25일 행정학자들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개편이 필요한 정부 기능으로 '교육'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조직진단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거나 인수위원회 등에 참여한 적 있는 53명의 학자가 설문에 응했는데, 응답자 중 13명은 교육 기능을 축소 또는 폐지, 12명은 교육의 규제기능을 조정해 민간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 "교원 수급·교육 과정 등에서 교육부 역할 필수적"…존치 요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폐지 기조를 못 박아 뒀던 여가부와는 달리 교육부는 그 존치 여부는 물론이고 당선인의 교육 공약마저도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 내에서는 인수위 차원에서 교육부의 미래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단체 등 교육계는 교육부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독립된 중앙부처로서 존재하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근거를 든다. 특히 의무교육인 초·중등 교육에서는 교육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인수위에 "교육감 이념에 따른 지역 간 교육 격차, 불평등을 조정·해소하고 안정적인 학생 교육을 위한 교육재정, 교원수급, 교육과정을 위해서는 독립 중앙부처인 교육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의무교육인 초·중등 교육에서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등 산적한 교육 과제들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는 방식의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학계에서도 나온다.

 

한국조직학회와 한국행정개혁학회가 지난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 세미나에서 김은주 한성대 교수는 "현재 회자되는 교육과학기술부 모델은 이미 과거에 융합에 실패했던 모델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교육부를 교육혁신인재부로 개편, 규제보다는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로 탈바꿈하고 7월에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는 자문기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부 조직이 어떤 식으로든 개편되면, 입시 등 교육 정책에 불확실성이 생길까 우려한다.

 

한 학부모는 "정권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 등이 바뀌어 고생하는 건 우리 아이들이다"며 "폐지가 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교육 정책이 꼭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교육계의 교육부 폐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지난 1월 전국 교직원·학생·학부모 등 9천2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6%가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부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인수위가 교육부를 통폐합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마련한다 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부 통폐합·폐지론은 아직은 관련 보고서에서 제기한 '자가 발전'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서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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