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산 우려 여전…"새 변이 출현 대비해야"

2022.04.14 08:00:45

[일상회복 시작될까] 정부 "대규모 유행 가능성 낮아졌지만 종식 기대하긴 어려워"
전문가들 "고위험군 보호가 핵심"…60세이상 4차접종 시작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등 코로나19 유행과 함께해온 방역 조치가 속속 해제 수순을 밟으면서 일상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선 유행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유행은 몇 차례에 걸쳐 확산·정체·감소기를 반복하면서 정점은 더 높아지고, 지속 기간은 길어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우세종을 뛰어넘는 전파력으로 유행 규모를 키웠다.

 

새로운 변이는 지금도 계속 출현하고 있는 데다, 백신 접종을 통한 감염 예방에도 한계가 있어 지금의 일상회복 움직임이 자칫 또 다른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재유행 없다는 가정은 위험"…미 방역당국 "올가을 재유행" 경고

 

정부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할 수 있는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긴 어렵지만, 오미크론과 같은 대규모 유행이 발생할 위험은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다만 소규모 유행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새로운 변이로 인한 재유행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새로운 변이에 의한 유행이나 겨울철에 바이러스의 전염이 강해지면서 생기는 유행 등은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본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기보다는 소규모 유행을 반복하면서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지난 2∼3월과 같은 규모의 유행은 앞으로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떤 변이가 발생할지 모르고, 지금 가진 면역력이 시간 경과에 따라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재유행이 없다는 가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올가을에 미국에서 재확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하반기 유행 재확산 가능성과 관련한 질의에 이같이 답하면서 마스크 착용 등 실내 방역 규제를 대거 해제하고, 백신의 면역 효과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약화하는 점 등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기 좋은 여건으로 들었다.

 

◇ 방역 완화에 시민들 "'노 마스크' 환영" vs "아직은 불안"

 

일반 시민들도 일상으로의 회복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는 이승연(28)씨는 "한동안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이제 수강생과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좋다"며 "물론 실내 공간에서는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나윤(30)씨는 "이미 거리두기 조치가 잘 지켜지고 있지 않아 완화한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날이 더워지는데 야외에서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상규(43)씨는 "지금 상태에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건 시기상조 아닌가 싶다"며 "특히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다는 얘기는 지금도 확진자가 많은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신 27주차인 노효빈(32)씨는 "이전에 확진됐는데 병원도 못 찾고 고생했다는 임신부 기사를 본 뒤 더 불안해졌다"며 "코로나 증상이 요즘 가볍게 지나간다고들 하지만 개인차가 있다고 하는데 방역 완화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 "고위험군 보호 대책 서둘러야…범용 백신 개발 시급"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당국이 백신 4차접종 대상을 일반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확대하고, 당장 14일부터 접종을 시작하기로 한 것도 거리두기 대폭 완화를 앞두고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서두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 재확산은 새로운 변이의 출현 여부가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방역 정책이나 환자 관리 지침 등을 변경하는 데 있어서 속도를 빠르게 할 필요가 없고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알파, 델타 변이처럼 기존 우세종에서 알파벳이 바뀌는 큰 변이가 출현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재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작게는 일부 지역이나 국가에서 국소적으로 전파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향후 일상 의료체계에서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어떻게 나눠 관리할지가 관건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경증 환자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병·의원급에서 적절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하고, 중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이 운영돼야 한다"며 "특히 환자 급증이 예상될 때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하반기에 유행이 재확산한다면 그때 상황에 맞게 다시 거리두기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시간 경과에 따라 오미크론 변이가 다시 유행한다고 해도 확진자 수는 지금처럼 대규모로 나올 가능성은 작고, 중증환자는 이보다 더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다만 정부의 방역 완화조치가 유행 재확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국민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방역조치 완화가 사람들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고, 정부는 국민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 국민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요양병원·시설과 면역저하자 등 취약계층 보호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백신과 관련해선 두 전문가 모두 최신 변이에 유효한 백신 개발이 시급하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지금의 백신은 기존 바이러스를 기본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또 다른 변이가 나오면 감염 예방은 물론 중환자 발생 예방 효과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거나, 고위험군의 사망이 줄지 않는다면 기본 백신으로라도 서둘러 4차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며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도 "백신 접종효과가 3∼4개월 정도로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접종 외엔 고위험군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며 "오미크론용 백신이나 접종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는 백신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차선책으로 기본 접종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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