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편에 서서 빠른 판단과 많은 결정을 내리는” 응급의학과 의료진

2022.11.21 18:01:49

[인터뷰] 고동완 윌스기념병원 응급센터장

 

“응급실은 어떤 환자가 내원할지 모르기 때문에 의사들은 항상 긴장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환자가 없다가 갑자기 몰릴 수 있고, 또 경증 환자 사이에 초응급 환자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휴일 없이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공간, 응급실.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에게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이를 진두지휘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개소 1년차, 윌스기념병원 응급센터를 이끌고 있는 고동완 센터장에게 응급실 생활과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응급상황에 대해 이야기 들어봤다.

 

 

◇ 24시간이 모자란 응급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교대근무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보통 응급의학과 의사는 12시간씩 2교대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고 센터장은 출근해 가장 처음 환자파악과 인계를 한 뒤, 회진과 진료를 시작한다.

 

환자를 살피고 문진을 하고, 보호자 확인 뒤 신체 진찰을 거쳐 처방을 내린다. 이 때, 치료와 동시에 필요한 검사를 원활히 할 수 있게 진두지휘한다.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환자를 책임져 원활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검사 및 치료가 빨리 필요한데 안 되고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물론 모든 검사 및 치료에는 환자, 보호자와 상의 하에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에서 진단, 치료, 입원까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환자군과 질환이 혼재돼 있어 타과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 센터장은 “본원에서 치료할 수 없을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는 타 병원에 연락해 전원 협조를 구한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는 변호사와 굉장히 비슷한 역할을 한다. 환자를 책임지고 변호하듯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돕고 필요한 타과진료 및 상급병원 병원의 의사와 의사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과보다 환자의 편에 서서 빠른 판단과 많은 결정을 내리는 자리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바쁜 12시간의 근무 동안 따로 휴식 시간이 제공되지 않기에, 응급의들은 근무가 끝날 때까지 환자를 보는 틈틈이 식사 또는 휴식을 챙겨야 한다. 하루하루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주말이나 연휴에는 환자수가 폭증해 훨씬 바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고 센터장은 지금은 덜 힘든 편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전공의 때는 환자가 계속 밀려들어 오면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여유도 없었다”며 “특히, 점심 식사 시간이 내원 환자가 늘어가는 시간 때라 가장 바빠서 오후 3시나 돼야 식사를 할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 코로나19가 바꾼 응급실 풍경

 

지난 2020년 2월쯤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현재까지도 하루 수만 명이 감염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가능한 우리의 일상, 의료진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보호복을 착용한 채로 환자를 진료해야 했다.

 

고 센터장은 “코로나19와 같이 공기매개 전염병은 감염관리를 위한 원칙이 많이 생겨난다”면서 “환자 간 격리도 필요하고 이동 동선도 정해야 하며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의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질환에 대해 모두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 지침 등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의료진들은 이에 맞춰 적응하고 순응해야 했던 일련의 모든 일들이 생소했을 것이다.

 

고 센터장은 “특히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 장구를 착용했는데, 많을 때는 하루 12시간 기준으로 10~20회 이상 환복했다. 또 입은 상태로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동맥관 삽입 등의 시술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머리에 쓰는 보호 장구에 습기가 차 잘 보이지 않고, 손에는 2겹의 장갑을 껴 잘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힘든 상황에서 실수 없이 잘 해야 된다는 중압감이 그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순간은, 응급 환자인데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바라볼 때였다.

 

고 센터장은 “코로나 확진으로 연고지가 경기도였으나 병상이 없어 경남까지 이동해 분만했던 임산부, 수술을 받지 못하고 격리 해지될 때까지 입원해 누워만 있어야 했던 고관절 골절 환자 등 일상 속 많은 부분의 변화를 눈앞에서 바라봐야 했던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런 증상 있다면? 즉시 내원할 것

 

쥐어짜는 듯한 흉통, 어눌한 말과 발음 이상, 시야 장애와 복시,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 등 심혈관, 뇌졸중 증상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척추, 관절 관련해서는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응급실로 향해야 할까.

 

고 센터장은 “척추 관절이나 외상의 경우 허리를 다쳤는데 다리가 저리고 감각이상이 있거나 배변활동이 원활 하지 않다면, 시술보다는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 받지 않으면 평생 신경 관련 합병증을 가질 수 있다. 특히, 한쪽 팔·다리에 마비 증상이 있다면 뇌졸중이나 뇌출혈 가능성이 있고, 치료 골든타임이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절 부위가 다쳤을 때, 감각이상 또는 혈액순환 장애가 있을 시에도 반드시 응급실에 내원해야 한다.

 

 

◇ 지역응급의료 도맡아 빠른 진료·치료 가능한 응급실 되길

 

경기도내 인구수 1위, 일부 광역시보다도 인구가 많은 수원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도 꾸준히 늘고 있어, 응급의료기관이 꼭 필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고 센터장은 인구수 대비 응급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원에는 총 6개의 종합병원이 있지만, 많은 환자가 서울 이남과 성남 분당으로 이동한다”며 “의료 공공성을 강화 및 신속한 응급진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윌스기념병원은 개원 20주년을 맞은 올해, 종합병원으로 승격함과 동시에 응급실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지속되는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척추, 관절 질환 환자들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 윌스기념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및 심뇌혈관 질환의 지병을 가지고 있어, 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고 있다.

 

고 센터장은 “응급의학과가 있어, 환자가 보다 더 안전하게 수술 또는 시술을 받을 수 있고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병원 내 안전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아가 지역응급의료를 도맡아 내원하는, 환자에게 친절하고 편안하다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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