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빈곤포르노와 좋을 호(好)

2022.12.19 06:00:00 13면

 

‘빈곤(貧困)포르노’라는 반응도 나왔다. 미술의 한 장르(갈래)인 피에타상(像)의 원용(援用)이라는 해석도 있어 이채롭다. 대통령실이 제공한 ‘그 사진’에 대해 세상 관심이 크다.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병 아동을 안고 있다. 언론을 많이 타서 익숙해진 이 사진, 아픈 아이를 보살피는 그녀의 이미지에 대한 세상의 눈길이 동정적(同情的)이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한다.

 

명암(明暗)과 구도(構圖)가 김 여사에게 포커스(초점)를 맞추고 있다는 (학구적인) 이미지 분석 또는 감상평도 주목을 받는다.

 

빈곤포르노는 포르노 기법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그려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 시도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난민을 구하자는 국제적인 TV 캠페인에도 그런 지적이 가해진다.

 

포르노건 (예술)작품이건 세상이 그로 인해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는 것은 작가나 제작자의 의도와 숙련도 때문이겠다. 이를테면, 관객이 색정(色情)이나 감동을 느끼게 하는 ‘힘’이다. 이 힘이 감수성을 승화시키거나, 장삿속 같은 (숨겨진) 의도를 구현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 (심장병 아동과 찍은) 사진은 전형적인 모자상(母子像) 이미지다. 상당한 수준의 기획과 기법이 보인다. 기독교도나 서양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은 성모자상(聖母子像)을 연상할 터다.

 

피에타는 성화(聖畫·아이콘 icon)의 대표적 장르다. 수난(受難)의 예수를 마리아가 보듬은 그림으로 수많은 그림과 조각(彫刻)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서양 문화의 심벌 중 하나다.

 

피에타는 마리아와 예수 훨씬 이전, 이집트 신화의 걸출한 여신(女神) 이시스가 갓난 아들 호루스 신(神)을 어르며 젖먹이는 조각상 이미지를 이어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동아시아문명에도 이런 모자상 이미지 또렷하다. ‘좋다’는 뜻 好(호) 글자가 그것이다.

 

자비롭고 아름다운 말(이미지)이다. 그런데 한자(漢字)가 한국문화에서 왕따 당하며 이 기꺼운 뜻을 잃었다. 문자 속 좀 안다는 이들도 이 말을 음담패설(淫談悖說)의 주제로 삼는다. 여자[女]와 남자[子]가 ‘붙었다’고 킥킥댄다. 그래서 ‘좋다’는 말이란다.

 

아니다. 엄마와 아들 그림이다. 고대 갑골문 살필 필요도 없다. 보라, 여(女)에 젖꼭지 두 점 찍은 그림(글자)이 어머니 모(母)다. 자(子)는 ‘남자’아닌 아들이다. 어머니(母)와 아들(子)를 합친, 好와 같은 뜻과 발음의 문자[㝀]도 있다.

 

엄마가 꼭지를 물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 모두의 아련한 꿈이자 안식처(安息處)다. 그래서 ‘좋아한다’ ‘좋다’는 뜻이(됐)다. 동아시아 문명이 빚은 문자의 인본주의다.

 

‘好’를 포르노로 착각하는 오해나 빈곤포르노의 (숨겨진) 어떤 의도, 본디를 망실(忘失)한 채 사는 현대인들의 패륜적(悖倫的) 생각의 습성 아닌지. 자식을 살피는 모성을 ‘(이용의) 수단’으로 삼는 것, 불결하고 불쾌하다.

 

우리는 ‘어머니’를 되찾자.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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