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숨통 트일까…대학들 '미적분·기하' 지정 폐지 움직임

2023.01.24 09:02:39

서강대·성균관대, 올해 입시부터 제한 안 건다…다른 대학도 검토

 

올해 고교 3학년생들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일부 주요 대학들이 자연 계열 진학 학생들에게 적용해 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영역 지정을 폐지한다.

 

문과생들이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으로 좁아졌던 입지도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마련 중인 가운데 다른 일부 대학들 역시 추가로 필수 영역 지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문과생 진입장벽 허문다…"기회의 형평성 문제 해결"

 

24일 서울 13개 주요대의 2024학년도 정시모집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서강대는 자연 계열 지원자를 대상으로 수학, 탐구 영역의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삭제했다.

 

2023학년도까지 자연 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탐구 영역은 과학 탐구에서만 2과목을 봐야 한다고 했으나 이 같은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학 영역의 확률과 통계, 사회 탐구 영역에 응시하고도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성균관대 역시 2023학년도까지 자연 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수학 미적분 혹은 기하 응시 조건을 내걸었으나 2024학년도에는 요건을 폐지했다.

 

수험생은 수학 확률과 통계 점수를 가지고 약학과나 의예과에도 지원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다만 성균관대는 자연 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탐구 영역에서 과학 탐구 최소 1과목을 응시해야 한다고 했다.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은 자연 계열에 지원하려면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를, 탐구는 과학 탐구 영역을 응시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한국외대는 2022학년도부터 줄곧 수학, 탐구 영역 응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필수 영역 지정이 폐지되면 문과생들도 자연 계열 학과로 지원할 수 있어 '문과 침공'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생긴다.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문과 침공이 심화한 것은 대학들이 자연 계열 학과에 수학에선 미적분이나 기하, 탐구는 과학 탐구 응시 영역 제한을 둔 탓이 컸다.

 

확률과 통계, 사회 탐구를 주로 선택하는 문과생에게 사실상 진입장벽을 쌓은 것이다.

 

반면 대학들은 인문계열 학과에는 필수 영역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합형 수능 점수 산출 방식상 고득점을 받기 쉬운 이과생들이 주요 대학 인문계열까지 대거 입학하며 문과생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과 침공 대책으로 (현재로선) 문과생들에게 자연 계열 전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필수 영역 지정 폐지가) 실제 효과가 있는지, 문과생들이 실제 지원할지는 두 번째 문제고 기회의 형평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연 계열 교수들 반대가 변수…4월까지 영역지정 폐지 여부 결정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문과 불리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필수 영역 지정을 폐지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관계 법령상 올해 4월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가운데 각 대학에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변수는 자연 계열 교수들의 반대다.

 

서울 주요대인 A대 관계자는 "이공계열 학과에 수요 조사를 해보니 이전과 동일하게 수학에선 미적분이나 기하, 탐구는 과학 탐구를 지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 수능 입학생들의 중도 포기율, 성적, 전과 결과 등을 분석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필수 영역 지정을 폐지하자고) 이공계열 학과에 설득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B대 관계자 역시 "(문과생의 자연 계열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보다 완화하는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문과생 불리 문제가 나타나는 수학 점수 비중을 축소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문과생 불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C대 관계자는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 이제까지 사회 탐구, 과학 탐구 따로따로 점수를 재환산해 적용했는데 2025학년도부터는 사회 탐구와 과학 탐구를 통합해 산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교내 구성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수능 필수 영역 지정 폐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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