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사이비(似而非) 민심 

2023.01.27 06:00:00 13면


언론은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흔들리고 있다. 민심을 반영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심을 억지스럽게 끌고 가려는 시도까지 서슴지 않는다. 시민들은 언론이 민심을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따랐다. 언론이란 거울에 성에가 두텁게 끼더니, 이젠 거울이 깨질 조짐마저 보인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회피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우리 언론은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1차 의무를 등한시한 채, 여론형성(프레임)이라는 힘을 과시하는데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러니 무리수가 따르고 신뢰는 추락한다.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건물 높이만 올리는 꼴이다. 그 사례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기사만 점검해도 확연하다. 이번 설 민심을 전하는 기사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지난 24일 오후 1시 40분. 《“윤석열 정부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실망”···광주 전남 민심, 단단히 뿔난 이유》라는 제목의 디지털타임스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화면에 올랐다. 광주 4명, 전남 2명 등 6명의 국회의원이 전하는 내용만으로 기사화했다. 이 기사는 하루 동안 댓글 4466개가 달렸다. 클릭수 대박 조짐이 보였던지, 세 시간 후에는 뉴시스가 《국정 난맥·출구 없는 정쟁···광주·전남 설 민심, 한숨 가득(종합)》이라는 제목의 비슷한 기사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 세 명을 더 등장시켜 9명의 발언을 묶어 기사화했다. 바른 기사일까? 아니다. 특정 지역, 그것도 현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지역 야당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만을 담았다. 한 기사에 취재원이 많으면 일반적으로 좋은 기사라고 평가받는다. 다만 취재원의 다양성이 전제될 경우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편향기사가 된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20년 9월 9일 토요일자 동아일보. 5일간 추석 연휴가 시작된 이 날짜 동아일보는 한국언론사에 남을 왜곡보도로 지역갈등을 조장했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이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였다. 영남지역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 기사는 전국 도별 부도율을 토대로 쓴 기사였다. 광주지역 기업부도율이 가장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발과 건설업체 부도로 영남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 보도했다. 부제목도 대구와 부산만 부도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편집했다. 특별취재팀이란 바이라인(기사작성자 이름)을 달았다. 피해지역 현지 르포 기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언론이 해서는 안 될 사실을 왜곡해 지역감정을 조장한 신문 제작이었다.


설 민심을 전하는 오프라인 신문의 보도방식도 성의가 부족하다. 한겨레는 25일자 지면신문에 《민주 “난방비·대통령 말 폭탄에 국민들 분통”, 국힘 “탈원전해서 모든 부담 윤 정부 몫으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설 민심까지 정당이 가공한 진영 논리로 들어야 하는가? 먹기 좋게 가공된 보도자료에 순치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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