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규제 대상에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포함하기로 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금융권에서는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수요가 줄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카드론이 신용대출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카드대출은 원칙적으로는 '기타 대출'로 분류되지만 담보 및 보증 없이 신용으로만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용대출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 통상적으로 중소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들의 급전 마련 창구로 많이 이용돼 왔다.
과거 부동산 급등기에 은행 대출에 카드론을 추가로 받아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했던 '영끌' 현상이 발생했던 만큼, 사전에 수요 자체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단 금융위는 대출 규모가 작고 실행 후 다음 달 바로 갚아야 하는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는 신용대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처럼 카드론이 신용대출로 분류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은 그 대안으로 카드론 등 대출 취급을 확대해 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5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6571억 원이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4월부터 두 달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카드론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취급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은행에서 이미 연 소득 수준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더는 카드론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차질이 생겼다. 대환대출을 위해 카드론을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그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됐던 카드론에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한도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규제 시행으로 인해 연체율 등 건전성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 대출을 원하는 고신용자들의 이용에 제약이 생기면서 은행권의 높은 대출장벽에 가로막힌 저신용자들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이용이 줄면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연체율 등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며 "영끌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해 보이지만, 긴급 자금창구의 역할을 하는 카드론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