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갑의 난독일기(難讀日記)] 별을 잃은 세상에게

2023.03.23 06:00:00 13면

 

 

누구나 별을 꿈꿉니다. 별 하나, 가슴에 보듬고 삽니다. 당신과 나도 그렇습니다. 보듬은 별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사랑이든 성공이든 명예든 온전히 자유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제각각 다른 별을 소망할 수 있는 자유 말입니다. 소망과 자유는 낮과 밤 같아서, 같은 하늘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없어서, 꿈꾸는 별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표류하기 일쑵니다. 당신과 나의 별 역시 그럴 것입니다.

 

돈이 뜰수록 별이 지는 세상입니다. 지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소망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는 별을 가슴에 보듬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무는 별무리는 늘 촉촉합니다. 축축함을 닮은 말이지만 녹물처럼 얼룩지진 않습니다. 다가가기에도 아찔한 별이라서 젖을 겨를이 없습니다. 손 잡아주지 않아도 배회할 골목길이 당신과 나에겐 없습니다.

 

누구나 별을 소망합니다. 별 하나, 숨결 가득 머금고 삽니다. 당신과 나도 그렇습니다. 머금은 별빛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바름이든 옳음이든 평등이든 온전히 자유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제각각 다른 별을 꿈꿀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꿈과 세상은 물과 불 같아서 같은 상자에 담을 수 없습니다. 없어서, 꿈꾸는 세상은 만들어지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쑵니다. 당신과 내가 머금은 별빛 역시 그럴 것입니다.

 

돈이 장악한 세상에는 별이 뜰 하늘이 없습니다. 계산이 빠를수록 별빛은 순식간에 멀어집니다. 나눔이 멀어지고 돌봄이 사라집니다. 땀의 의미는 옅어지고 일의 가치는 무색합니다. 우리는 없고 개인만 살아 꿈틀거리는 세상. 그렇게 길들여진 세상에는 사람이 필요 없습니다. 돈이 장악한 세상에서 사람은 비용일 뿐입니다. 사람의 노동은 빠른 이윤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합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빠름 앞에서, 당신과 나는 석기시대 돌도끼로 전락합니다.

 

누구나 별을 우러릅니다. 별 하나, 텃밭 삼아 살아갑니다. 당신과 나도 그렇습니다. 일구려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예술이든 학문이든 기술이든 온전히 자유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제각각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선택과 기회는 출신성분이 달라서 모두에게 공평할 수 없습니다. 없어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사람은 박탈당하기 일쑵니다. 당신과 내가 일구려는 텃밭 역시 그럴 것입니다.

 

돈이 만능일수록 일자리는 줄어듭니다. 일해야 버는 세상은 옛말입니다. 돈놀이로 버는 돈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습니다. 잘 모르지만,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넘어섰다는 게 그런 말인가 봅니다. 자본은 사람을 꺼립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사람의 노동을 싫어합니다. 사람의 노동 때문에 생겨난 근로기준법을 혐오합니다. 자본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근로기준법 밖에 있습니다. 1년 365일, 안 먹고 안 쉬고 안 자며 일만 하는 로봇과 AI 세상이 그것입니다.

 

별은 지고,

돈 버는 기계만 남은 세상입니다.

 

 

고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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