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대통령의 꿈

2023.04.07 06:00:00 13면

 

세종(世宗)의 위대함은 애민(愛民)정신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실천의지와 식지 않은 열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글창제나 과학기기의 발명을 위해 노예 출신의 장영실을 중용한 일, 그리고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맞는 역법인 칠정산내외편의 창조 등은 모두가 백성을 사랑한 아름다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의 결실임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요즈음의 분열이 극을 이루고 혼탁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를 보며 세종과 같은 지도자를 고대하는 마음이 크다. 특별히 분단 후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 중 남북문제에서 의미가 있었거나 아쉬웠던 점을 돌아보며 현 상황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이다. 반공을 국시로 삼은 정권임에도 북한과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7.4공동성명을 합의하여 민족통합의 대원칙을 만든 것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구데타라는 정통성의 근본적 하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7.7선언’이라는 가치 있는 정책을 주도한 점은 평가하고 싶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면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점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움을 남긴 분은 김영삼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1차 북핵위기 시, 미국 카터 대통령의 방북으로 어렵게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일성 주석이 사망 했을 때, 조문파동을 일으키면서 북한의 붕괴를 기대한 어리석음은 질타 받아 마땅하다.

 

어쩌면 당시 상황을 지혜롭게 관리했다면 지금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후의 진보정권 10년의 포용정책과 9년의 보수정권에서의 상반된 정책 실행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떤 길이 옳은 길인가를 충분히 시험에 보았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북한을 대한 결과 판문점, 싱가포르, 평양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 개선,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었던 일은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미국 강경파의 남북, 북미관계 개선의 방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용기와 구체적 행동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매우 크다. 윤석렬 대통령께서는 지난 대통령들의 정책에 대한 바른 이해의 토대위에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통찰력을 가졌으면 한다.

 

북한은 악마가 아닌 같은 민족인 우리의 이웃이며 그들 나름의 국익을 추구하는 정치체제라는 사실, 미국 또한 영원한 구원자가 아니며 우리의 국익을 위해 동맹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현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발악에 가까운 근래 북한 행태의 근본적 이유를 파악하고 남북관계 대치 상황의 돌파구 마련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으면 한다. 분단을 넘어 평화롭게 통합한 우리 한민족이 세계사를 이끌어 가는 원대한 꿈을 꾸면서 남북문제를 지혜롭게 이끌어 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성원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