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 주담대 폭증…당국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필요

2023.10.04 06:00:00 13면

경기도만 1년 새 4조4000여억 원 상승 전체 증가의 33% 차지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여파로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년 새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대출을 억제하는 핵심수단 중 하나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로 대폭 완화하는 등의 정부 정책 변화의 여파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의 증가 폭이 가장 커 전체 증가액의 33%나 차지했다. 일부에서 ‘금융위기’ 위험성 우려마저 나오는데, 정말 괜찮은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최근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47조8300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634조4480억 원)보다 13조3820억 원(2.11%)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주담대가 같은 기간 4조4250억 원(175조380억→179조4630억 원) 늘어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이 10조9840억 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주담대 증가세는 걱정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잔액 증가에 비례하여 주담대 연체율도 함께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0.1%였던 주담대 연체율은 올 6월 0.22%까지 치솟았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17%→0.33%)에 비해 수치 자체는 낮았지만,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1년 전의 2배 수준이 된 데다가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19년 4·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규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국내 최초로 5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나 임대 매매사업자는 물론 투기과열 지역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담대 요건을 풀어줬다. 9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풀어주는 특례보금자리론도 허용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펼친 이 같은 대출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정부 정책이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투기 사다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고금리에도 가계 빚은 다시 역대급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감소세가 완연하던 가계 빚은 4월 2조3000억 원에서 5월 4조2000억 원으로 불어난 뒤 지난달 급기야 7조 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내놓은 여러 규제완화책이 가계 빚 증가의 큰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필 때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10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련 정책을 적극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최근 당국이 급증하는 빚을 줄이기 위한 응급대책으로 50년 만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하는 등 대출한도 축소에 나섰다. 진선미 의원은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담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국과 금융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거대한 둑도 쥐구멍 하나로 붕괴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한시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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