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미뤄놓고 은행 압박"…당국, 가계대출 급증에 '엇박자' 정책

2024.07.04 20:00:00 1면

금감원, 은행권 가계대출 점검 주문
은행권, 우대금리 축소·가산금리 인상
오락가락 메시지에 볼멘소리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두 달 미루며 대출 수요를 자극했던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치솟자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해달란 것인데, 이 같은 정부 행보에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17개 국내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현황 점검과 향후 관리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시중은행 가계부채 잔액이 집계된 지 이틀 만에 긴급 소집이 이뤄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은 “은행권은 최근의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며 “금감원도 각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계대출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723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 3415억 원이 증가했다. 월별 규모로는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감원은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실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각 은행의 ▲DSR 및 스트레스DSR 규제 여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체계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자 시중은행들은 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 억제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혼합형 및 주기형 주담대 신규 상품의 감면 금리(우대금리) 폭을 최대 0.2%포인트(p) 축소했으며 KB국민은행도 같은 날 주담대 가산금리를 0.13%p 인상했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금리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뒤늦은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주문에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하고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 시기를 미루는 등 정부가 시장의 대출수요를 자극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은행 입장에선 자체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3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 목표를 가지고 서로 상충할 수 있는 정책 목표들을 잘 조화롭게 균형점을 찾아서 가장 나은 정책 조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관성이 결여됐다는지 오락가락했다든지,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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