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10월 6일까지 강미선 작가의 초대전 ‘마음정원’을 개최한다.
일상의 사물들을 담담한 먹빛으로 그려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집’을 모티프로 한 ‘한옥 12’(2024)를 비롯해 수묵화 14점과 설치작품인 ‘수묵서가도’(2024)를 대중에게 소개한다.
작가에게 집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머무는 장소이자 삶의 희로애락이 일어나는 장소다. 작가는 간결한 수묵의 ‘획(劃)’으로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화폭에 소환한다. 대담한 먹선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옥의 기둥과 대들보, 처마와 서까래가 창조되고 섬세한 선들이 포개진 자리에는 정원을 쓸던 싸리 빗자루가 생성된다.
한옥 시리즈들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물을 둘러싼 여백 또는 바탕이다. 그의 작품에서 바탕은 단순히 소재를 그려 넣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겹의 한지를 쌓아 올린 바탕은 마치 수행과도 같은 작업 과정 속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전한다.
김이순 미술사가는 “창작의 과정이나 태도의 치열함과는 별개로 강미선 작가의 작품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먹의 담담함과 표현의 간일함 때문”이라며 “그의 작품을 음악에 비유하자면 푸근하면서도 묵직한 첼로의 음률을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수묵화 운동에도 참여한 작가는 한지를 제작하고 붓질을 반복해 화면에 먹을 올리는 작업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에게 있어 한지와 수묵은 ‘없어지지 않을 영원한 한국적 재료’이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조형 언어다.
전시를 기획한 안재혜 관장은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쓸데없는 것, 거추장스러운 것, 얽혀 있는 것을 모두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작가의 말처럼, 안상철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담대한 선들과 여백이 만들어 내는 집들 사이에서 저마다의 방식대로 각자의 마음 정원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며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