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줄어드는 무이자할부...가맹수수료 인하 ‘나비효과’

2025.01.06 06:57:21 5면

신한•삼성•국민 등 8개 카드사
6개월 무이자할부 제공 안 해
신용판매 수익률 감소 전망과
소비심리 위축 등 부진 우려에
비용절감 필요성 ↑, 혜택 축소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기간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 등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소비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낮아 카드사들이 연초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중 6개월 이상의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최근 무이자할부 혜택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였으며, 신한카드도 일부 업종에 적용했던 5개월 무이자할부를 3개월로 축소했다. 현대카드와 국민카드, 하나카드도 최대 3개월까지만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카드는 일부 업종에서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 중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무이자할부 혜택을 확대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든 데다 연말을 앞두고 신용판매 실적을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약 두 달만에 무이자할부 혜택이 줄어든 것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 부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상황이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이자할부 등 마케팅 비용을 선제적으로 줄여 대응하겠다는 것.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에 따라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들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개편안에 따라 다음 달부터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0.1%포인트(p), 연매출 10억 원 이상 30억 원 이하 가맹점은 0.05%p 낮아진다. 카드업계는 이로인해 가맹점 수수료가 약 30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카드론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대상에 포함되며 추가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이 역대 최고치(지난해 11월 42조 5453억 원)를 경신하자 금융당국은 일 단위로 잔액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카드론 규모가 급증한 카드사들에게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에 대형 재난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더해지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p 떨어졌다. 코로나19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비용절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소비자혜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번 그래왔듯 카드수수료율이 인하됨에 따라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적자 폭은 늘어날 것”이라며 “가뜩이나 커지는 경기 불확실성에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대로 무이자할부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카드사들의 역마진은 늘어난다"며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캐시백이나 할인 혜택 등이 추가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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