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슈퍼를 살리겠다던 정부의 나들가게 지원사업이 주무관청의 무관심 속에 공염불이 될 판이다.
경기지역에서만 매년 100여개의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관할관청은 경영애로는 커녕 휴·폐업 현황조차 깜깜이다.
31일 경기지방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의 골목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동네슈퍼 중 일부를 나들가게로 선정해 각종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올해 5월 말 현재 나들가게로 선정된 점포는 전국적으로 1만528개이며, 이 중 1천404개가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폐업했다.
도내에서도 1천826개 점포가 나들가게로 선정됐지만, 255개는 문을 닫고 현재 1천571개만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나들가게 폐업현황을 보면 2013년 93개, 2014년 98개였으며, 올 들어서도 이미 27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들이 가게 문을 닫는 이유는 주무관청의 사후관리 부실과 편의점의 사업확장에 따른 경영악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경기지방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인본부는 이같은 경영애로와 휴폐업에 대해선 깜깜무식이다.
경기중기청 관계자는 “나들가게 지원사업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주도하는 사업이라 구체적인 휴·폐업 현황 등은 공단을 통해 직접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신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무시하고 나들가게의 문 닫는 사정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모습이다.
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 운영지침 제4조(추진체계)에서는 중소기업청은 나들가게 사업의 운영에 대한 총괄 관리감독, 기본계획 수립 및 예산확보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인본부도 지역 내 나들가게 휴·폐업 현황은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공단 본부(대전) 측으로 떠넘겼다.
또 나들가게에 대한 지원이 지역상권이나 점포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져 매출상승 효과는 크게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에게는 간판교체비(200만원), 상품 재배열(120만원), POS 설치비(150만원), 경영컨설팅(190만원) 등 660만원씩 지원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예산축소를 이유로 시설지원은 없애고 POS 프로그램 설치, 나들가게 엠블럼 등 소프트웨어 지원만 하고 있다.
수원시내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성 모씨는 “간판을 뜯어고치고 매장진열을 새로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 SSM이나 편의점들이 이미 들어선 후에는 사후약방문일뿐”이라며 “그간 공단 측이 지원한 간판·매대 설치, POS 교육, 공동구매 등도 대형유통업체 규제 없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현민기자 hmyun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