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북부지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 실현이 중심축을 이루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가치와 비전이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방위적 개념의 구분이 아닌, 순수하게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정체성과 정주의식을 담보해내기 위한 노력들이다. <편집자주>  

 

① 권역별 문화적 특징 담은 정체성 확립

② 거점이 필요하다! 왜 동두천인가?

③ 음악과 그래피티아트의 랜드마크    

④ 평화교과서, 마을박물관 - 연천 신망리, 백학리

⑤ 평화교과서, 마을박물관 - 동두천 턱거리, 파주 마정2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브랜드 ‘DMZ도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들의 문화적 특징을 재조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결국, 지역 주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일 수 있는 문화정체성의 자원을 확보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가치있는 역사들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주민들의 삶과 터전에 고스란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정책적으로 우선 순위에 올라오지 못한 것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지우고 싶은 지역의 상처로 기억하고, 도시의 자존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 ‘아픈 치부’라 여기는 일들을 드러내기 싫어하고 주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엄연히 존재하는 역사를 없었던 것처럼 간주하려는 접근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DMZ도시’ 연계, 전략적 거점 동두천시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적 특질에 따라 ‘DMZ도시’로 묶은 도시는 직접 접경도시인 파주와 연천을 포함해 동두천, 의정부, 양주, 포천 등 6개다.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이들 지역을 논할 땐 ‘DMZ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자 제안하고 싶다. 흔히 새로 출발하는 과정이나 시작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일컬어 ‘첫 단추’라 하지 않는가. 이것이 곧,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의 초석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제, 해당 도시들의 문화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갈 것인가?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실제적인 문제를 풀어야한다. 특히 문화관광 수입 창출이라는 철 지난 공식을 내려놓고, 지역 내부에 진정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들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이 거점 도시로 삼은 곳은 동두천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결정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수 년 간의 연구 조사와 사업 실행,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친 후에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왜, 동두천인가? 

 

사실 재단과 동두천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미술관이 보산동에 대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제안, 동두천을 속속들이 살피게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면을 발견해낸다. 

 

당시 이 곳은 이미 미군들이 거의 빠져나가 슬럼가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이지 특별한 문화적 요소 두 가지를 마음에 담는 계기가 됐다.

 

그 중 하나는 한국 밴드음악의 역사적 사료와 활동했던 사람들의 흔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90년대 유입된 그래피티 아트였다. 

 

게다가 동두천의 위치를 보면 북으로는 연천과 파주가 있고, 포천과 양주, 의정부, 일산, 고양 등의 중심부에 자리한다. 즉,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지역이 7개나 되고, 가평도 그리 멀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지난 5년 간 다양한 문화사업들을 추진해온 경기문화재단과 동두천시(시장 최용덕)는 2019년 10월, 드디어 ‘경기북부 문화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거점도시’ 형성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다. 비로소 문화도시로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동두천의 비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후 2020년 재단과 동두천시는 첫 번째 시범사업으로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 내에 ‘세계 음식’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캠프보산 월드 푸드 스트리트’를 조성해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경관조명 특화거리’, ‘문화거리’ 등 시 전반에 걸쳐 문화사업을 확장 중에 있다. 무엇보다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지만, 기본적으로 주민주도형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편, 동두천시는 미군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 양주군 이담면에서 1961년 양주군 동두읍으로, 1981년 동두천시로 승격됐다. 

 

◆[인터뷰] 송창진 지역문화교육본부장 

 

 

동두천 보산동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으로, 외국인관광특구이다. 동시에 내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선입견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심사숙고했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은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나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개방형 디자인의 공용쉼터 2개를 설치했다”며, “보산동 그래피티 아트의 국제적인 작품들과 다양한 세계 음식문화공간은 동두천이 보고,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문화적 도시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봐왔던 단발성 프로젝트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음악도시로 성장할 수 있게끔 거점 도시를 만들고 있다”며, “음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본부장은 특히 할로윈 거리에서 축제 당시 빅데이터를 2번 분석한 결과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집계를 보니 첫 회 1만5000여 명이 왔고, 두 번째는 2만여 명으로 추산됐다”면서 “이 가운데 외부에서 유입된 요인은 60%인데, 그 경계가 묘하게 의정부에서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금 더 보면 서울 강북, 노원에서 넘어오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시간적으로 따져볼 때 1시간 정도 거리에서 유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사진을 찍어놓으면 묘하게 예쁘게 나와서 한 번 왔던 사람들은 또 오게 만드는 매력도 이 지역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까지 골목골목 쾌쾌한 냄새를 깡그리 없앤 동두천시의 노력은 그 희망을 더욱 크게 한다.

 

동두천하면 여전히 미군의 존재와 기지촌이라는 오명을 가장 먼저 생각할까? 아니다. 이제는 ‘DMZ도시’, 그리고 그래피티 아트와 음악의 메카로 동두천을 떠올릴 것이다. 문제는 동두천 스스로가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나간 역사를 부끄러운 과거로 여기고 애써 외면하는데에만 급급해 보인다는 것이다.   

민선 7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DMZ도시’ 활성화라는 배가 동두천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희망찬 항해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듯하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