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문화로 다시 정의하다!] ③ 음악과 그래피티 아트의 랜드마크  

2021.03.11 17:12:18 16면

'DMZ도시' 거점 도시 동두천, 문화도시 첫 걸음 두 가지 사업
록(ROCK)의 발상지, 한류 원동력...'두드림 뮤직센터'로 가치 찾아
90년대 '그래피티 아트' 유일... 옛 기지촌, 문화로 탈바꿈 시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북부지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 실현이 중심축을 이루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가치와 비전이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방위적 개념의 구분이 아닌, 순수하게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정체성과 정주의식을 담보해내기 위한 노력들이다. <편집자주>  

 

① 권역별 문화적 특징 담은 정체성 확립

② 거점이 필요하다! 왜 동두천인가?

③ 음악과 그래피티 아트의 랜드마크    

④ 평화교과서, 마을박물관 - 연천 신망리, 백학리

⑤ 평화교과서, 마을박물관 - 동두천 턱거리, 파주 마정2리

⑥ 에필로그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접경지역을 포함한 ‘DMZ도시’ 활성화를 위해 전략적 거점으로 둥지를 튼, 동두천시(시장 최용덕)를 문화도시로 세워나가는 작업의 첫 걸음은 크게 두 가지로 대표된다. 바로 ‘두드림 뮤직센터’와 ‘그래피티 아트’이다.

 

사실 동두천이란 도시는 그야말로 대단한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 록(ROCK)의 발상지이자, 한류와 K-POP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보석같은 유산’이 빛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피티 아트도 공들이듯 심혈을 기울여야 할 명분이 분명했다. 1990년대 유입된 그래피티 아트는 미국 문화권 안에서야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스팟이라고 해봐야 용산, 이태원, 대구, 부산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이제는 개발 등으로 남아있는 게 없을 지경인데, 예상치도 못했던 동두천에서 그 흔적을 찾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기문화재단이 포인트로 설정한 두 가지는 매우 적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동두천이라는 도시가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에 ‘그래피티 아트’라는 시각예술을 입고, 과연 어떤 모습의 문화도시로 탈바꿈될 지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다. 전국 각지, 아니 세계에서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진정한 문화예술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게 될 그 날을 고대해본다.

 

 

◆구도심 재생의 거점 공간, ‘두드림 뮤직센터’

 

1960~7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중심은 단연 동두천이었다. 한국 최초로 ‘애드포’라는 밴드를 결성해 록 음악을 알렸던 신중현은 당시 미군들을 몰고 다닐 정도의 슈퍼스타였다. 창작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확장해 간 뮤지션들도 많았다.

 

싱어송라이터 윤항기는 음악인들의 경연장과 같았던 동두천 무대에서 연주와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것도 ‘우리 말’과 ‘우리 음악’으로 말이다. 남매지간인 가수 윤복희도 미8군 무대에서 활동했고, 장미화는 동두천의 디바로 불렸다. 

 

물론,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은 바뀌었고 유행하는 장르와 소비자들의 취향도 변화를 거듭해왔다. 록 음악과 재즈, 밴드음악이 성황을 이루던 그때와는 달라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한국을 넘어 글로벌한 인기를 구가했던 뮤지션들의 실력과 재능은, 요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나 전쟁 후 피폐했던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그들의 음악적 열정이야말로 지금의 한류와 K-POP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자 잠재력이었다.

 

이렇듯, 한국 음악사에 있어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큰 획을 그은 동두천의 가치 있는 문화콘텐츠는, 그러나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렵지만 근거들을 찾아보자 하고 만들어진 게 ‘두드림 뮤직센터’다. 

 

 

2017년 조성된 ‘두드림 뮤직센터’는 동두천이 한국 록(ROCK)의 발상지라는 점에 착안, 보산동이 지닌 특수한 자원을 활용해 ‘특화거리’를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쇠퇴한 구도심, 보산동 일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만드는 ‘동두천 구도심 도시재생사업’의 거점 공간으로서도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센터 건물 역시 기존 보산동 관광클럽을 리모델링해 만든 것이다.

 

전상규 경기문화재단 두드림뮤직센터장은 “센터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사료나 자료가 거의 없었다. 특히 동네 분들이 관심이나 가져주실까 싶었는데, 오픈을 해놓고 나니 주민들이 LP판도 가져오시고, 옛날 활동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려줬다”고 말했다. 

 

‘두드림 뮤직센터’는 최근 동두천시가 매입, 음악인들이 모여 창작과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내공연장, 음악연습실,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019년 말부터 경기문화재단이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됐지만, 매주 금·토일 저녁이면 보산역 교각 밑 광장에서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월드 푸드 스트리트는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이면서 음악으로 하나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조금 이른 전망일 수 있겠지만, 홍대 앞 혹은 이태원? 그 어디쯤에 가까운 미래, 동두천 보산의 풍경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보산동에 가보면 우선 간판부터가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상권도 여전히 미국식이다. 아직도 팁 문화가 존재하고, 선불이 당연한 것이며 급여나 임대료도 주 단위 계산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옆집에 외국인이 사는 건 신경쓸 일도 아니다. 

 

특히 동두천은 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돼 있어 일부 도로만 차단해도 훌륭한 콘셉트 페스티벌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 구상을 해볼 만한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또 한 가지, 그 동안의 페스티벌들이 도심형을 제외하곤 모두가 먼 거리뿐 아니라 행사장까지의 진입에 애로점이 많았던 것과 달리 보산동은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으니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동두천의 접근성이 물리적, 심리적 거리면에서 가깝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그래피티 아트의 메카로 거듭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015년부터 흥미롭게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업은 단연 ‘그래피티 아트’다. 물론 애초부터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최기영 경기문화재단 공공예술팀장은 “외국인관광특구인 보산동에 90년대 그래피티 아트가 남아있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고 너무 반가웠다. 당시만 해도 굉장히 낯선 문화였고, 거부감마저 있어 보존되고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그저 오마주하는 입장에서 그려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 2000년대 들어 순수예술로 바뀐 만큼, 두각을 드러낸 작가들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작가들을 초대해 보산역 일대를 무대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을 뿐이다. 이때부터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스스로도 그래피티 아트 분야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 사람들이, 어찌보면 ‘스승’이 남긴 작품을 발견한 뒤 “참여 자체가 영광”이라며 열과 성을 다했던 것이다. 그렇게 올해까지 ‘그래피티 아트’ 사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 팀장은 “밖에서 볼 때는 이 동네 되게 재밌다, 스팟거리다 하면서 화보도 찍으러 오고, 뮤직비디오도 찍으러 왔다. 그러다 한국의 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며 영화를 찍기도 했다”면서 향후 많은 부분에서 변모한 보산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옛날의 기지촌이 어떻게 문화로 바뀌는지, 올바른 모델을 제시하는 우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중에서도 보산역 역사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5월 정도 시작 예정인 그래피티 아트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기회에 ‘메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제대로 보여줄 작정인가보다. 그야말로 “웰컴 투 그래피티 빌리지”다. 

 

음악적 이야기를 담게 될 이들 작품은 작업 시작 후 2개월 정도면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동두천, 아니 우리나라 음악의 중심에서,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그 시대 한국 뮤지션들과 동시대 외국 뮤지션들의 얼굴을 남겨놓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동두천시 도시 브랜드 ‘두드림’

 

‘두드림’은 동두천시의 도시 브랜드이다. 소요산을 상징하는 단풍을 그래픽 모티브로 활용해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동두천의 다양한 모습, 미래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트 형태는 ‘사랑, 화합, 조화’를 상징한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신연경 기자 ]

강경묵 기자 kamsa5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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