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새로운 지평,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2024.03.22 07:00:00 5면

 

1977년 최초로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12년 만인 1989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최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다.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고 제도 발전에 따른 기대수명 등의 건강지표,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가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지속 되도록 제도운영의 근간이 되는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바램이자 보험재정 운영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향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기도 하다. 보험재정이 적정한 곳에 적절하게 투입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공단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건보공단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저성장의 기조 속에서 제도의 발전과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새로운 부과 기반 마련과 함께 불법·부당한 진료비 지출 억제 등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수입·지출 관리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언론기사에서 보험재정 안정성의 위협 요소에 대한 건보공단의 고민을 접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지만 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건보공단은 보험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2014년부터 1447건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그간 단속도 많이 해왔다. 필자가 염려하는 대목은 사무장병원 환수 실적이다. 이들이 지난 14년간 건보공단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3조 376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수사초기 폐업이나 장기화되는 수사 기간(평균 11.5개월)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3조 1427억 원이 미징수 금액으로 남아있다. 이는 인천·경기 지역가입자의 1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하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현행 단속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안이 필요하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로 불법적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뒤로한 채, 돈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로 국민에게 끼치는 폐해가 막대하다. 모든 범죄영역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입장도 이해된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이 주어진다면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

 

현재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입법화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일부의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에 대해 전문성과 효과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사무장병원 수사는 보건의료 전문성과 방대한 증거자료가 필요한 수사 영역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조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전문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불법개설 혐의점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 단속에 최적화된 준비된 기관이다. 전문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의 시각을 버려도 될 것 같다.

 

사무장병원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해마다 증가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건강보험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가 하루 6억 원 이상 누수되는 현실에서 사무장병원 적발과 편취금액 적기 회수를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들이 자취를 감추고 건실한 재정과 건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1977년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골치 아픈 난제를 풀어야 할 때이다.
 

[ 박용열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 ]

박용열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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