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부르는 무분별한 ‘사적제재’…규제 방법은 ‘無’

2024.07.02 06:00:56 1면

사법 시스템 불신과 금전적 이익 추구 맞물려 유행
사적제재 막을 방법은 신상 공개 당사자 고소 유일
“사법 시스템 신뢰 구축과 관련된 법률적 규제 필요”

 

무분별한 사적제재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를 막거나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강력범죄와 같은 국민의 공분을 사는 범죄에 대한 ‘가해자 신상털기’ 등 유튜브를 통한 개인의 사적재제가 증가하고 있다.

 

사적제재는 정당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결정하고 집행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 유형적 또는 사회적 제재를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적제재 유행의 이유가 국민의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법 체계와 사법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국민들의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과 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의 의도가 맞물려 사적재제가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적제재는 낮은 형량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가해자가 충분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국민의 불만과 콘텐츠 제작자들의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사적제재는 제재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라는 점에서 피해 사실과 가해자 신상 등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 데 제약이 있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거론된다.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의 경우 성범죄자와 동명이인인 무고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사이트 운영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한 유튜버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여자 친구로 지목된 A씨가 가해자와 관련 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해자 동의 없이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진행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사적제재로 인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밀양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달 5일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동의한 적 없다”며 신상 공개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해당 콘텐츠 제작자는 지난달 7일 “피해자의 요청이 있었다”며 밀양 성폭력 가해자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한 바 있다.

 

이처럼 사적제재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무분별한 개인의 사적제재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 규제와 제도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해자 신상 공개와 같은 개인의 사적제재에 대해 신상 공개 당사자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방법 외에는 법률로 사적제재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사적제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구축과 관련 법률, 제도 등 구체적인 규제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김 교수는 “사적재제 유행은 국가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국가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감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을 겪는 등 사적제재의 부정적 기능이 명확하기 때문에 법적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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