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임빌라스, 소화기 가림·방화셔터 적재물…‘미래형 쇼핑몰?’ '안전은 과거형!'

2025.07.06 15:56:41

화재 대응 설비 가림·표시 누락 반복…소방 기준조차 미준수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 주도 ‘혁신 1호점’서 기본 안전 무시

 

‘미래형 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수원 롯데 타임빌라스에서 기본적인 화재 예방 설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정황이 드러났다. 소화기 가림, 표지 누락, 방화셔터 공간 적재 등 안전의 기초가 무너진 상태로, 화려한 외형 혁신에 비해 이용자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원역에 위치한 복합쇼핑시설 롯데 타임빌라스에서 소방 안전 설비가 기준에 미달하는 문제가 잇따라 확인되며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시설은 롯데백화점이 ‘백화점의 미래’를 내세워 선보인 첫 번째 프리미엄 복합몰로, 최근 수원권 중심 상권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타임빌라스 3층 내부에서는 소화기가 비치돼야 할 공간에 팝업스토어가 설치돼 있었고, 소화기는 테이블과 입간판 등 구조물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소화기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도 구조물 뒤에 숨겨져 사실상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타 층에서도 소화기는 주변 구조물 색상과 동일하거나 벽면에 밀착돼 일반 고객이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

 

 

비상 시 활용돼야 할 소화전 또한 접근성과 식별성 면에서 미흡했다. 일부는 비상구 근처에 설치돼 있었으나, 상당수는 화장실 통로나 매장 통로 내부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었고, 위치를 표시하는 표지판은 부착돼 있지 않았다. 매장 내부에는 옥내소화전의 위치를 나타내는 안내 지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방화셔터 하강선 주변의 적재물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하층 마트 출입구에는 쇼핑 카트가 셔터 작동 구간 위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바닥에 부착된 셔터 하강 위치 안내 스티커는 가려져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방화셔터는 화재 발생 시 연기와 열의 확산을 차단해 인명 피해를 줄이는 핵심 설비지만, 이처럼 하강 구간에 물건이 놓일 경우 작동을 방해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

 

현행 ‘옥내소화전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2)’ 제7조에 따르면, 소화전 설치함 외부에 외국어와 시각 자료를 포함한 사용법 표지판을 외부·내부 모두에 부착해야 하며,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그러나 롯데 타임빌라스 내 일부 옥내소화전은 해당 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일부는 표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문 안쪽에만 부착돼 있어 사용이 어렵도록 설치돼 있었다.

 

이러한 부실한 안전 관리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과거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2022년 3월 부천 뉴코아아울렛에서는 화재로 3층과 4층 일부가 전소되고 10명이 가까스로 대피했다. 같은 해 9월,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서는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들 사고는 모두 초기 소방 대응 실패와 안전 설비 관리 부실이 피해를 키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롯데 타임빌라스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주도한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그는 신세계 출신 인사로서 롯데 내부 ‘순혈주의’를 깨고 영입된 상징적 인물이다. ‘백화점의 미래’라는 기치를 내건 그는 경험 중심의 공간 구성과 복합 콘텐츠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타임빌라스는 건물 전체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며 팝업스토어, 키즈 라운지, 문화 콘텐츠 등을 도입했고, 고급화된 인테리어와 체험형 구조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혁신’에 비해, 화재 대응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에서 “혁신의 그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구조상 개방감이 크고 천장이 높아 화재 발생 시 연기 확산 속도가 빠르며, 이용객 밀집도도 높다. 이런 공간에서는 소화기·소화전·셔터 등의 위치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드러난 타임빌라스의 문제점은 이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이 무시된 결과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를 수원을 시작으로 송도, 대구, 전주 등 전국 13개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현장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롯데의 브랜드 전략 전반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경기신문은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본사와 수원 타임빌라스 측에 수차례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 경기신문 = 장진·박민정 기자 ]

장진·박민정 기자 a9401328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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